텃밭 민심 다지러..호남선 탄 여권 잠룡들
정세균, 광주서 중대본 회의
지지율 반등·표심 잡기 행보
[경향신문]
여권 대선주자들이 설연휴를 앞두고 줄줄이 호남행 열차에 올랐다. 지난달 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광주를 찾은 데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10일 잇따라 광주·전남을 방문했다. 이 대표로선 떨어진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서, 정 총리로서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여권의 ‘집토끼’(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민심’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나주 한전공대 부지를 방문해 ‘한국에너지공대특별법’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입법 의지를 밝혔다. 이후 택배물류센터 등 최근 자신이 대선 의제로 발표했던 ‘신복지체제’ 구상 등과 관련한 민생 현장도 찾았다. 이 대표의 호남 방문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여당 대표로서 ‘명절 민생 현장 행보’라고는 하지만 대선주자로서 호남 민심 잡기 성격이 더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남 출신이자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연초 사면론 등의 여파로 급락해 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의 지지를 회복한다면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 총리도 이날 새벽 광주로 향했다. 오전에는 광주시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오후에는 전통시장인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하고 이어 광주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격려했다.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인 정 총리로선 코로나19 위기 극복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면서 호남 민심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정 총리의 광주 방문은 지난해 11월 학생독립운동 91주년 기념식 참석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정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주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김대중 대통령님이 떠오른다. 그분께 정치를 배웠고 광주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포용력과 정의로움도 배웠다”며 “2021년은 광주가 정치 1번지에서 경제 1번지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말 광주를 다녀온 이재명 지사는 연휴 기간 외부 활동은 자제하면서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계속 챙길 계획이다.
내년 대선을 1년가량 남겨두고 여권 대선주자들이 호남을 찾는 것은 호남의 민심이 여권 주자의 기반이라는 인식에서다. ‘호남이 선택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여권 내 불문율을 의식한 주자들이 앞다퉈 내년 대선 준비를 호남에서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호남의 ‘표심’은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에서는 이 대표와 이 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1~2위를 다투고 있고 정 총리가 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올해 말쯤까지 엎치락뒤치락 민심도 요동을 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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