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671곳..80%가 '50인 미만' 기업
[경향신문]
대우건설·두산건설·SK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들 포함
중대산업사고 발생 10곳…중흥토건 등 산재 은폐도 6곳
고용노동부가 2019년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산업재해를 은폐한 사업장 1466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시공능력 100위 내 건설업체를 포함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10곳 중 8곳은 지난달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면제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10일 노동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을 보면, 2019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671곳이었다.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또는 3개월 이상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사고 등을 일컫는다. 노동부는 2004년부터 매년 산재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산재 예방조치 의무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 등을 공표해왔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에는 대우건설·포스코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와 현대제철 당진공장·KCC글라스 여주공장·하림 정읍공장 등 제조업체 외에 강원 양양군청·대전시 공원관리사업소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이름을 올렸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369곳)이 55.0%로 가장 많았다.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539곳, 80.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49인 사업장에는 공포 이후 3년 동안 적용이 유예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간 사망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은 8곳이었다. 모두 건설현장이었다. 원청으로 공사에 참여한 대우건설, 두산건설, SK건설·한국석유공사 등이 명단에 올랐다.
중대산업사고 발생 사업장은 10곳이었다. 중대산업사고란 위험물질 누출, 화재, 폭발 등으로 노동자와 인근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를 말한다. 한화토탈은 2019년 2월에는 폭발, 그해 5월에는 누출 등 잇따른 사고로 2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처벌받은 원청 사업장은 SK건설, 두산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406곳이었다. 제조업, (도시)철도운송업 5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하청노동자 사고사망 비중이 높은 곳은 LS-Nikko동제련,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동국제강 인천공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삼성중공업 등 5곳이었다.
산재를 은폐한 6곳도 공표됐다. 세코닉스, 중흥토건, 대흥종합건설, 칠성건설, 우미개발, 정남기업 등이다. 2017~2019년 3년 사이 2번 이상 산재 발생을 보고하지 않은 사업장은 116곳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재 발생 개요·원인 및 재발 방지 계획 등을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산재 미보고 사업장 명단에는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7회), 포스코(5회), 한국지엠 창원공장(3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블루원리조트점·한화대전점(각 3회) 등이 포함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충북 단양군청, 서울 서초구청, 울산 북구청 등 공공부문도 명단에 들었다.
건설업 시공능력 100위 내 기업 가운데 9개 기업은 3년 연속 위반 사업장 명단에 드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태영건설, 쌍용건설, 중흥건설, 롯데건설, 아이에스동서 등이다.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공표된 사업장은 앞으로 3년간 정부 포상을 제한하고 최고경영자 안전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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