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접종 허가 AZ백신..특별사유 없으면 이대로 간다
예방 효과 통계 부족에 "고령자 접종은 신중히 결정"
안전성·면역반응 문제 없으니 65세 이상 접종할수도
4월 미 임상결과 기다리면 상반기 일정 조정 불가피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고령자를 포함한 만 18세 이상 성인 대상으로 사용 허가가 나옴에 따라 요양병원·시설 등에선 이르면 이달 25~26일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모든 나이대에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인데, 여전히 65세 이상의 예방효과는 통계적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접종에 신중할 것을 단서로 달았다.
현행법상 허가당국의 허가사항을 예방접종을 진행할 방역당국이 바꿀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은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만 18세 이상에 대해 진행하되 실제 접종은 의료진 등의 판단에 맡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식약처 만 65세 이상 성인 사용 허가
허가 요지는 그간 두차례 전문가 자문 결과와 마찬가지로 만 65세 이상 포함 만 18세 이상 성인에게 접종하되, 사용상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한 것이다. 표준용량 0.5mL로 4~12주 간격 2회 투여토록 했다.
식약처는 품질을 평가할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현재 진행 중이다. 설 연휴를 지나 다음주 안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만 65세 이상 예방효과 통계 추가 검토 필요
전문가들이 이견을 보인 건 예방효과 측면이었다. 만 18세 이상에게 표준 용량으로 2회 투여했을 때 예방효과는 62%였다. 영국(2·3상), 브라질(3상) 임상시험 참가자 가운데 백신군 4440명 중 27명(0.6%), 위약 투여 대조군 4455명 중 71명(15.9%)이 확진됐다.
그러나 전체 4건의 임상시험 참여자 2만3745명을 대상으로 2109명이 참여한 안전성 평가 대상과 달리 예방효과 평가는 영국과 브라질에서 진행된 2건만을 대상으로 했다. 전체 8895명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660명에 불과하다. 3차례 자문 단계(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중앙약사심의위원회-최종점검회의)에서 효과를 두고 논의가 계속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날 사용상 주의사항과 관련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안전성과 면역반응 측면에서 문제가 없지만 고령자 임상 참여자가 660여명으로 제한적"이라며 "의사가 고령자 백신 접종 시에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하여 결정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중하게 접종하라' 의미는?
하지만 식약처 허가 사항을 질병청이 수정해 적용할 수는 없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식약처가 정한 허가사항을 질병청이 변경할 수 없다"며 "허가를 내면서 제시한 여러 조건이 충족되는 전제로 추후 제출될 자료 등에 대한 검증을 통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허가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식약처의 허가 사용상 주의사항 문구에서 '신중하게'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중앙약심 위원장인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안전성 대비 위험도를 함께 고려해 이익 대비 위험도를 임상 현장에서 판명함으로써 결정될 것"이라며 "감염이 가져올 치명적인 효과나 감염 위험도·확률 또는 사회·경제적인 필요도 등을 복합적으로 임상 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증 악화 등 막기 위해 접종 진행…변경 땐 일정 조정
식약처 허가 그대로 만 65세 이상을 포함해 접종하되 피접종자 상태 등을 보고 의료진에게 최종 판단을 맡기는 방식이 있다. 이는 코로나19로부터의 감염 예방 효과는 미지수일지라도 중증 악화 등 또다른 백신 효과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했을 때 가능한 얘기다.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를 막을 뿐만 아니라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이환되지 않는 역할도 한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8일 질병청 브리핑 당시 "백신은 바이러스가 내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며 "또 다른 백신 기능 중 하나가 내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중증도로 가는 것, 즉 아프지 않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우는 요양병원·시설 등에서도 만 64세 이하에 대해서만 접종을 우선 시작하고 4월 추가 임상자료 확보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이 있다. 요양병원·시설 등의 집단감염이 주로 병원과 시설 밖에서 생활하는 종사자나 간병인 등을 통한 유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종사자와 다른 입원·입소자 접종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전체 백신 예방 접종 일정에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1분기 우선 접종 권장 대상 중 코백스를 통해 공급될 화이자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 4만8900명을 제외한 요양병원·시설 등의 입원·입소자 50만6300명과 종사자 27만600명 등 77만6900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이어 5월부터는 만 65세 이상 노인 849만6000명 등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에 가장 빨리 도입되는 백신인 얀센 600만명분과 모더나 2000만명분의 도입 시기가 2분기 중이라는 점이다. 만 65세 이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미뤄지면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부터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질병청은 이른 시일내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단 검토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홍정익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예방접종관리팀장은 10일 "식약처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사용을 공식 허가했으니 전문가 자문을 받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접종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예방접종전문위원회 (개최)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빠른 시일 내 개최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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