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AZ 백신 접종, 최종 판단은 의사" 발언으로 혼선

조형국 기자 2021. 2. 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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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 남긴 접종계획 발표

[경향신문]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허가 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중 결정” 되레 불안 조성
대체 백신 미확보, 대안 없어
의사 ‘최종 결정권’ 해석 분분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품목허가를 내며 이런 전제조건을 달았다. 스위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 승인이 보류되거나 고령자 접종을 제한하는 상황임에도 ‘최대한 빠른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명분과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국내 현실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에 대한 효능·효과 문제인데, ‘신중한 결정’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우려했다.

식약처가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인 최종점검위원회(점검위)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18세 이상 접종을 허가했다. 오는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첫 접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고령층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는 고령층 접종 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에 대해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의사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해 결정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최종결정권을 일선 의사에게 부여한다는 뜻이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장은 “안전성 대비 위험도를 현장에서 판명할 것”이라며 “허가 단계에서는 세부적 판단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점검위는 이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면역반응 조사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중한 결정’은 예방효과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재한다는 것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미국에서 고령자 7500명을 포함한 3만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제조사에) 이 임상 중간결과를 4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조건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점검위 전 실시한 두 차례 자문기구 심사 결과에서도 모두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 김 처장은 “(고령층을) 성인층과 같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결과를 보여 안전성 이슈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령층 접종 신중 결정’ 방침이 나왔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화이자·모더나 등 다른 백신을 확보한 외국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유일한 백신이다. 상반기 접종물량 대부분이 아스트라제네카이며,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신중하게 판단할’ 요소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선택 가능한 백신이라면 현장 의료진 의견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런 표현을 꼭 붙일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개별 환자에 대한 효능·효과가 어떨지 접종하는 의사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지금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개별 백신의 장단점을 따져봐야 예방에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중심으로 설계된 1분기 접종계획은 26일부터 시작된다.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등 고령층이 많은 감염 취약시설이 주 대상이다.

방역당국은 백신 공급이 시작되는 24일 이전에 질병관리청 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방접종위)를 열어 접종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관심은 예방접종위에서 제시할 가이드라인에 쏠린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 처장은 ‘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도 백신 접종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현재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할지, 언제 해당 환자군에 접종이 이뤄질지는 예방접종위 등의 자문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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