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탐낸다..'찬밥' 취급 스푸트니크 V의 반전
세계 23개국에서 사용 승인
3단계 임상시험서 면역 91%
60세 이상 고령층에도 효과
[경향신문]
국제사회로부터 효능을 의심받던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3단계 임상시험에서 예상보다 높은 면역효과가 확인되면서 이 백신을 승인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으며 이제는 유럽연합(EU)의 승인까지 노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은 스푸트니크 V 백신 개발과 해외 생산 및 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지난달 29일 유럽의약품청(EMA)에 백신 등록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EMA가 승인하고 긴급사용을 권고한 백신은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거쳐 EU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 지금까지 EMA의 공급 승인을 받은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3종이다.
러시아는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 백신 목록에도 스푸트니크 V를 포함시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WHO 측은 이날 스푸트니크 V가 코백스 백신 목록에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V는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이다.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도 없이 1, 2상만으로 승인을 받아 효능과 안전성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최근 권위 있는 국제 의학지 ‘랜싯’에 스푸트니크 V의 성공적 3상 결과가 게재되면서 백신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 랜싯은 2일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면역 효과가 91.6%에 이르며, 60세 이상 고연령층에 대한 효과도 91.8%에 달한다는 3상 결과를 게재했다. 이는 미국산 코로나19 백신 화이자(95%), 모더나(94.1%)의 면역 효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부족 상황과 맞물려 스푸트니크 V 사용을 승인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이날 파키스탄과 몽골이 세계에서 22번째와 23번째로 스푸트니크 V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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