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명절 효과'..박영선·나경원, 전략 달라
[경향신문]
박영선·안철수, 외연 확장 주력
우상호·나경원은 지지층 결집
명절연휴는 전국 민심이 교차하는 시기다. 총선·대선처럼 큰 선거를 앞둔 상황일수록 세대·지역의 민심이 섞이는 ‘명절 효과’는 배가된다. 새로운 여론 형성, 새 인물을 끌어올리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과거와 같은 명절 효과가 나타나긴 어렵다. 그러나 명절 이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본격화하는 만큼 ‘명절 효과’가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4월 보선이 차기 대선의 시금석이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설연휴의 정치적 의미는 배가된다. 여야 외곽에서 제3지대도 비집고 들어설 기세다.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여야가 명절정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외연 확장’이냐 ‘지지층 결집’이냐
설연휴가 지나면 보궐선거는 본궤도에 오른다. 여야 모두 경선을 치러 후보를 확정한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 승패는 외연 확장과 지지층 결집이 지렛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우세 속에 우상호 의원의 추격전이 형성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당 핵심 지지층의 따가운 시선에도 무소속 후보인 금태섭 전 의원 끌어안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본선을 의식한 외연 확장 전략이다. 우 의원은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계승을 다짐했다. 전통적 지지층에 호소하는 캠페인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박 전 장관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심판론, 20대 이탈이라는 선거 악재가 여당에 겨눠지고 있고 이를 중도층이 주도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서울시장 가상대결 조사에서 박 전 장관은 여야 양자·다자 대결에서 모두 우위를 보였다. 친문(재인) 핵심 지지층과 당내 조직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우 의원이 명절 이후 막판 격차를 좁히면 판세 변화도 배제할 순 없다.
야권은 ‘확장 대 결집’이라는 변수의 파장이 여당에 견줘 큰 편이다. 후보 단일화가 다단계로 치러지는 데다 차기 대선에서도 재연될 수 있어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 전 의원의 1단계 경쟁은 중도층을 단일화 프레임 속에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중 승자가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어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예상 수순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군 중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앞서 있다. 나 전 의원은 보수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대결의 승자와 나 전 의원이 붙을 경우 후보 단일화는 외연 확장 대 지지층 결집의 승부라 할 수 있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향후 야권 재편, 후보 전술 등 대선까지 위력을 발휘하는 요인이다. 설 명절을 지나면서 중도층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는 흐름이 고착될지, 지지층의 힘이 재부상하는 다른 흐름이 형성될지 주목된다.
제3후보·제3지대 등 가늠할 ‘대선 전초전’ 성격도
■차기 대선 바로미터
이번 재·보선은 출발부터 대선 전초전으로 해석됐다. 차기 주자들이 보통 대선 1년 전 등장했던 점, 대선 전 전국 선거 결과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크게 틀리지 않는 수식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설연휴가 여당엔 제3후보 등장, 야권엔 제3지대 형성의 불씨를 지필지 여부다.
여권은 이재명 경기지사 독주에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의 견제가 시작됐다. 이 틈에서 제3후보의 등판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 논란 등에서 대야 비판에 가세했던 임 전 실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연일 정조준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지사 대세론이 빠르고, 이 대표가 지지율에 발목 잡힌 상황이 제3후보에게 공간을 열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여당이 야당에 패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안정해지고 뚜렷한 친문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 지사는 독자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복수의 제3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야당은 대세론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재·보선 이후 백가쟁명이 불가피하다. 외연 확장이 통했을 경우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의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 반면 지지층 결집이 낫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힘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고 혁신에 실패하면 다양한 원심력이 작동하면서 정계 개편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이는 ‘포스트 김종인’ 정국과 맞물려 제3지대(중간지대)가 밀고 들어오는 빌미를 준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9일 후보 단일화 이후 제3지대 신당 창당 추진을 시사했다.
■이슈 파급력과 숨은 표
설 명절은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이슈가 분기점을 맞는 때다. 물리적 거리 두기 효과, 4차 재난지원금, 백신 문제에 중소 자영업자들의 민심이 정국을 좌우한다. 부동산, 일자리 문제는 재·보선 상수다. 명절 이후엔 판사 탄핵, 의원 사찰 문제 등 정치 이슈가 얼마나 민심을 움직일지 관심사다. 여야의 현안 대응력은 숨은 표 구애전으로 확전된다. 평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계층의 선택지도 명절 이후 방향을 잡는다. 현재 무당파는 최대 약 30%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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