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올거야" 명절이 더 아픈 요양병원
어르신들 하염없는 기다림..
자식들도 "코로나가 형벌같다"
임종 못 지켜 눈물 삼키기도
“올해 설은 처음으로 어머니를 못 뵙는 설이네요. 명절엔 꼭 어머니를 요양병원에서 모셔와서 온 가족이 함께 보냈어요. 지난해 설에도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저희 집에 모셔왔는데, 어머니를 제대로 본 게 그때가 마지막이에요. 올해는 명절 같지도 않고, 마음이 쓸쓸하고 허전하네요.”
설동관(64)씨는 지난해 설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난다고 했다. 네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5남매를 홀로 키운 어머니였다. 전북 순창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설씨의 어머니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6일 숨을 거뒀다. 어머니는 92살의 고령에 폐결핵을 앓았던 기저질환자였다. 코로나19 확진 전 요양병원에 퇴원을 요청했지만, 해당 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가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결국 설씨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건 임종 열흘 전 영상통화였다. “건강하시고, 식사 잘하시라고 했어요. 어머니가 말은 못 알아들어도 자식들 얼굴은 알아보니까, 빙그레 웃으셨어요.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어요.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몰라요. 자식들만 찾다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얼굴도 못 뵙고, 코로나가 뭔지….”
지난 추석에 이어 올해 설 연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의 대면 접촉이 금지된다. 설씨처럼 부모와 생이별하거나, 영상통화로 안부를 확인해야 하는 가족들은 이번 설에도 애달픈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설씨는 지난해 2월까지는 일주일에 한번 면회를 갔지만 이후 코로나19로 면회가 제한되며 지금껏 세 차례밖에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마저도 3m 거리에 떨어져서 보거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이크로 대화를 했다.
다른 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뇌졸중을 앓는 89살 어머니를 부산 한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는 송미정(53)씨는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매일 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만났다. 지난해 3월 이후 면회 기회는 두번뿐이었다. 두꺼운 비닐로 막은 복도 한쪽에 이동식 침대로 환자를 옮겨두고, 비닐 반대쪽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방식이었다. 그마저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아예 중단됐다. “어머니가 말을 못 하시는 상태라 통화도 한번 못 해봤어요. 잘 계신지도 걱정되고,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애가 탑니다. 방호복이라도 입고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다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살아 계시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3년째 모시고 있는 김아무개(51)씨도 “코로나가 형벌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가을 어머니를 뵙고 못 본 그는 “영상통화에서 ‘감옥 같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자식들과 생이별한 어르신들을 돌봐야 하는 시설 요양보호사들도 설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자식을 못 봐 눈물짓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요양보호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아무개(58)씨는 “조금이라도 인지 기능이 있는 분들은 명절을 너무 힘들어한다. 며칠 전부터 날짜를 묻고 ‘구정이면 우리 아들 오겠네’라고 말한다”며 “코로나19라고 아무리 얘기해줘도 대다수가 이해를 못 한다. 안 찾아와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우시면 우리도 코끝이 찡해져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어머니를 다른 요양원에 모시고 있는데 못 본 지 1년이 넘었다.
성남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정아무개(53)씨도 “설이 다가오면서 더 안타깝다”고 했다. “며칠 전 한 어르신이 며칠이냐고 물어보셨어요. 명절이 가까워지니 자식들이 오길 기다리는 거죠. 코로나 때문에 못 온다고 하면 체념하는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세요.”
이씨가 일하는 요양원에서는 이번 설에 어르신과 가족이 노트북으로 화상통화를 한다.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5~10분 정도 자녀들과 화상통화를 할 거예요. 한복 입혀드리고 기초화장도 해드려야죠. 노트북 너머 자녀가 있다는 걸 이해 못 하는 분이 있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네요.”
김윤주 전광준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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