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수사' 주진우 "추가단서 없이 靑윗선 재수사 어려울듯"

류석우 기자 2021. 2. 10. 17: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 변호사 "법리검토 과도했지만 결국 수사팀 의도대로 기소"
"비서관 단독 결정할 수 없다" 법원판단에도 "재조사 어려워"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대검 반부패부에서 유난히 법리검토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결론적으로는 수사팀의 의중대로 기소가 이뤄졌으며, 이후 새로운 증거나 진술이 나오지 않아 재수사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현 변호사)은 1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시 대검의 지시가)위법부당한 지시라고 보긴 어렵지만 통상 사건보다 법리검토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한 직후 인사에서 안동지청장으로 발령이 난 주 변호사는 항의성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을 떠났다. 주 변호사 외에도 당시 동부지검에 있었던 인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에 당시 해당 수사를 놓고 정권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주 변호사는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의 법리검토 요구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당시에는 정권 관련 수사가 더 없어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어) 별다른 이의는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검의 잦은 법리검토 요구로 오히려 수사는 더 탄탄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주 변호사는 "대검 반부패부에서 요구했던 것이 오히려 수사를 단단히 만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반부패부와 (수사팀 사이에) 의견 충돌되는 지점에 대해서도 당시 검찰총장이 적절히 지휘해주셔서 수사팀이 구상한 대로 기소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문무일 현 고려대 석좌교수였고, 대검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대검 반부패부와 이견은 있었지만 기소는 결국 수사팀의 의중대로 의뤄졌다는 설명이다.

기소할 당시로 돌아가 보면,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인사라인의 '윗선'인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 자체를 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의혹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됐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인걸 전 특감반장도 무혐의 처분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019년 3월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2019.3.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주 변호사는 당시 조현옥 전 수석을 조사하지 못하고 수사가 마무리된 것에 대해 방해나 외압은 없었고 수사팀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조 전 수석에 대한 증거나 진술을 얻지 못했고, 마지막에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서라도 확보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법원에서 기각됐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 전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심증만 가지고 조사를 했다가 면죄부만 주게 될 수도 있어 결국 조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법원이 전날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선고기일에서 신 전 비서관의 양형에 대해 "내정자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결정을 하는 것은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면서 청와대를 향한 수사가 다시 진행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를 향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일부 동의를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법원에서도 신 전 비서관 혼자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있다"며 "청와대 내정자들을 비서관 혼자 결정하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 그렇지만 어디까지 실행하기로 얘기가 된 것인지 밝히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거나 추가 폭로가 있으면 조사를 하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이라며 "의심만 가지고 수사하는 것은 지양해야 될 시대라 다시 재조사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전날(9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9년 4월 기소 이후 2년여 만에 난 1심 판결이다.

청와대 측은 이날 "수사 중인 사안이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지만, 이 사건의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를 존중했고, 그것이 정부의 인사 정책 기조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건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블랙리스트'는 특정 사안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말한다.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ewry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