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우한 현지조사 뒤 미중 '코로나 면죄부' 공방 가열(종합)

이승민 2021. 2. 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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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우호적' WHO "우한서 코로나 기원 못찾아"..중국도 지지
중국매체 "WHO 결과는 반중 음모론 반박 증거..다음 조사는 동남아"
폼페이오 "WHO, 부패했고 정치화"..백악관 "중국 정부 충분한 자료 내놓지 않아"
'코로나19 기원' 조사결과 발표하는 WHO 엠바렉 박사 (우한 AP=연합뉴스)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이승민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초 발병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기원했는지를 규명하는데 실패하면서 책임론을 놓고 공방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WHO를 친중국 성향으로 의심하는 가운데 이번 우한 조사 결과마저 중국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지적까지 나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취임 초기부터 미중간 대립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WHO 전문가들은 지난 9일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코로나19 기원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바이러스 기원을 찾는 데 실패했다며 사실상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WHO 조사팀을 이끄는 식품안전과 동물질병 전문가 피터 벤 엠바렉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사고로 유출됐을 것이라는 가설은 가능성이 극히 낮아 관련 추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때부터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 있다고 비난했는데, WHO 조사팀이 이런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이런 비난은 사실이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했다.

중국 정부는 한술 더 떠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견되기 전에 다른 지역에서 먼저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WHO 조사팀의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중국 측 패널 대표 량완녠(梁萬年) 칭화대 교수는 2019년 12월 이전에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당한 규모로 퍼지지 않았고 바이러스가 어느 동물에서 비롯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중국 우한 발원 증거 없다" 밝히는 WHO 전문가팀 (우한 AFP=연합뉴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도 WHO의 조사 결과가 코로나19와 관련된 반중국 음모론을 반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면서 WHO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규명을 위한 다음 조사지는 동남아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들 매체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를 코로나19 유출의 주범으로 비난했던 것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WHO가 중국보다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태국 등 동남아에서 코로나19 기원을 추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WHO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여전히 무게를 뒀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했다는 중대한 증거가 남아 있다며 WHO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WHO를 탈퇴한 것은 조직이 부패하고 정치화됐기 때문이었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우한) 실험실에서 코로나19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중요한 증거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조사팀이 모든 자료, 모든 과학, 모든 연구실을 들여다보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의사와 독립적으로 인터뷰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백악관은 중국 정부가 WHO에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WHO의 이번 우한 조사는 28일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미 사태 발생 1년이 지난데다 국제 전문가 17명이 중국 전문가 17명과 합동 연구를 진행해 처음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규명에 한계가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WHO 조사 결과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이번 조사의 계획과 실행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와 근거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검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 AP=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WHO 전문가들이 중국의 완전한 협조를 받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그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최소한 지금까지는 중국이 필요한 투명성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키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에 대한 진상규명을 강조한 바 있어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도 대유행이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코로나19 기원 관련한 이번 WHO의 조사 결과 발표는 바이든 취임 초기 미중간 기 싸움에 중요한 출발점"이라면서 "조사가 결과적으로 중국에 유리하게 됐지만 미국 등 서방은 중국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심해 코로나19 중국책임론 공방은 연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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