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심판 1라운드, 민주당이 이겼다
수준 미달 변론이 패인.. CNN "트럼프 비명"
영상 여론전도 먹혔지만 가결 가능성은 희박
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원에서 막이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의 1라운드는 민주당이 이긴 분위기다. 전초전 격인 탄핵 합헌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의 추가 이탈을 이끌어냈다. 탄핵소추위원단의 ‘의사당 난동’ 영상 공세를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미 상원은 이튿날부터 진행되는 본격 심리에 앞서 퇴임 대통령이 대상인 탄핵 심판을 하는 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부터 표결했고 결과는 합헌이었다. 찬성 56표, 반대 44표가 나왔다. 퇴임 대통령도 탄핵 대상이 된다는 하원 탄핵소추위원단과 될 수 없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4시간 동안 공방을 벌인 결과다. 상원의 탄핵 판단에는 형사 재판 절차가 준용되는데 소추위원들은 검사, 의원들은 배심원 역할이다.
1명이긴 하지만 탄핵 심판 진행 여부를 묻는 지난달 26일 절차 투표 때보다 찬성 측이 늘었다. 당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의원은 밋 롬니와 밴 세스,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팻 투미 등 5명이었다.
일단 수준 미달 변론이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이날 입장을 바꿔 찬성 측에 가세한 빌 캐시디 공화당 의원은 변론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제멋대로였다”며 변호인 측을 공개 비난했다. 같은 당 존 코닌 의원도 표결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팀이 “최선이 아니었다”고 혹평했다. 미 CNN방송은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변론을 보며 거의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겪은 ‘구인난’을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다. 이날 변론한 두 변호사가 새로 선임된 게 탄핵 심판 개시를 불과 1주일여 앞두고서였다. 지난달 말 변호인 5명이 대거 사임해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지난해 반(反)트럼프 소송을 이끈 변호사까지 이번 탄핵 변호인단에 포함시켰을 정도다.
민주당의 전략도 주효했다.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민주당 제이미 라스킨 의원은 이날 심판이 개시되자마자 지난달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의 전말을 편집한 13분 길이 영상부터 틀었다. 영상 맨 앞은 ‘의회로 가자’고 독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연설이었다. 이어 의회로 몰려간 시위대의 폭력 행사 장면들이 등장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상원 본회의장은 영상에 포함된 고함과 욕설로 가득찼고, 영상은 NBCㆍCNN 등 방송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말보다 이미지’는 준비된 카드였다. 이미 ‘트럼프 무죄’ 결론을 내린 공화당 의원들의 자리를 ‘가시방석’으로 만들고 국민에게는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호소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짐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브루스 캐스터 변호사가 “솔직히 소추위원들이 변론을 잘해 우리가 하려던 것에 변화를 줬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날 공방은 혐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했다고 소추위원단이 공격하면 그의 연설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돼야 한다고 변호인단이 방어하는 구도였다. 이런 양상은 10일 시작되는 본격 심리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양측은 16시간씩 변론 기회를 갖는다.
첫날 민주당 우세에도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이 변론보다 여론전에 신경 쓰는 것도,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짐짓 무관심한 척한 것도 모두 어차피 이기기 힘든 탄핵 심판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안 관철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일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여부는 이르면 14일, 늦어도 다음주 초로 예상되는 표결에서 결정된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이탈해야 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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