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앞두고 '블랙리스트·월성원전' 강력 부인한 靑 "文정부 잘못 없다"
청와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법원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실형 선고와 검찰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수사 등 문재인정부를 압박해온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통상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검찰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전날까지만해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입장이었다.
하지만 연일 언론의 보도로 관련 사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다, 지지율 하락 조짐이 보이고 있는 탓에 청와대가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보낸 서면브리핑 자료를 통해 "'블랙리스트'는 특정 사안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말한다.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통상 재판중이거나 검찰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입장 표명을 자제한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이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장관을 지낸 인사가 법정 구속까지 되면서 정권의 정당성에 타격을 입자 공식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수사 중인 사안이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의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전날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강 대변인은 "실제로 재판부의 설명자료 어디에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따라서 '블랙리스트'에 뒤따르는 감시나 사찰 등의 행위도 없었다"며 "이번 사건이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닌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사건은 정권 출범 이후에 전 정부 출신 산하기관장에 사표를 제출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앞으로 상급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 정부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를 존중했다"며 "그것이 정부의 인사 정책 기조였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공공기관장 330여 명+상임감사 90여 명) 대부분이 임기를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 역시 상당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도 설명자료에서 '사표를 제출한 공공기관 임원들 중 상당수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채 법령이 정한 임기를 마친 점을 고려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전 정부가 임명해서 2021년 2월 현재까지도 기관장으로 재직 중인 공공기관도 6곳(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발명진흥회, 대한체육회, 환경보전협회) 존재할 정도"라며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며,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보낸 서면브리핑을 통해 "월성원전 1호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돼 공개적으로 추진됐던 사안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청와대 지시 여부 등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일부 언론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청와대가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내부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수사팀은 법원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을 포함한 당시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원칙대로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전날 법원이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이 대정부질문에서 밝힌 것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전환 정책 자체가 수사대상 이 되는 것에 대해 정세균 총리가 하신 말씀이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이 문재인정부 공약사항인 에너지 정책 전반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당시 “대통령의 국정 과제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감사권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휘두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직접 목표로 하는 수사가 돼서는 안 되고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이 그동안 검찰의 수사중인 탓에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는 등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된 후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이번 검찰 수사에 우려를 나타내자 정세균 총리와 박범계 장관의 발언을 토대로 간접적으로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 전 장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감사원은 감사원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정책을 시행하는 일은 공직자의 고유 업무다”며 “정책 시행과정의 문제점을 살피는 일을 넘어 국가 정책의 방향성에 옳고 그름을 따지고, 법의 잣대를 들이 대면 공직자는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하는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명확한 입장을 내면 가이드라인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입장을 안내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선 이미 총리와 장관이 정부 입장을 냈기 때문에 청와대도 그것과 같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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