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수수료 인하 악몽' 재연되나..카드사, 호실적에도 한숨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2021. 2. 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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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카드사 7곳 순익 28% 급증
올 가맹수수료 재산정 논의 앞두고
"수수료 인하 명분 줄것" 우려 커져
[서울경제]

국내 카드사들이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두고도 3년 전처럼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가능성에 한숨 짓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에도 인력을 줄이고 소비자 혜택이 큰 ‘혜자 카드’를 없애며 허리띠를 조여맸지만 이렇게 비용을 아껴 낸 이익이 되레 수수료 인하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책 대상인 영세·중소 가맹점이 부담하는 실질 수수료는 이미 0% 아래로 떨어져 ‘마이너스’ 수준이어서 추가 인하 여력은 물론 효과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는 선거철마다 ‘정치 금융’의 먹잇감이 된 예가 반복돼온 만큼 업계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금융권을 겨냥해 이익공유제 동참, 대출 이자·원금 감면 등 금융 원칙을 무시한 선심성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은 벌써부터 카드사에도 ‘재난지원금 반사이익’을 나누라고 압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늘려 쌓고 부실에 대비하는 카드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10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잠정 당기순이익은 총 1조 9,91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불황형 흑자’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전년보다 977억 원(19.2%) 늘어난 6,06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인 516억 원은 판매관리비를 줄인 몫이었다. 15.9% 늘어난 3,98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삼성카드 역시 매출은 2.2% 증가에 그친 반면 비용 효율화 효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큰 폭의 마이너스 실적을 딛고 지난해 각각 174.4%, 128.9%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하나·롯데카드도 허리띠를 졸라맨 효과가 적잖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해 재직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200여 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절감에 여념 없는 카드사들은 카드 모집인도 꾸준히 줄이고 있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카드 모집인은 지난해 말 9,217명으로 1년 새 20% 가까이 줄어들어 처음으로 1만 명 아래까지 떨어졌다.

실적 호조에도 카드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카드사의 비용 절감과 이익 증가가 오히려 추가 수수료 인하의 구실이 될 수 있어서다. 정부와 업계는 3년 주기로 카드사의 적격비용(원가)을 산정해 이를 토대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을 논의한다. 더욱이 올해는 정치권이 재난지원금 지급 채널을 담당한 카드사에 “재난지원금으로 혜택을 봤으니 이익공유제에 동참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과 서버 증설·대여 등에 들어가는 수십억 원은 모두 카드사가 부담했다”며 “포인트 적립, 이자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이익을 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드 업계는 수수료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 재산정 주기가 아니었던 2017년에도 우대 수수료가 적용되는 가맹점이 전체의 96.1%까지 확대돼 카드사의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이미 하향세다. 2019년 수수료 이익은 1년 만에 2,398억 원 줄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 945억 원 감소했다.

카드 업계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인 비용 절감만 반영해 적격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토로한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격비용에는 마케팅 비용도 포함되는데 당국이 직접 카드 혜택을 사전 점검하고 마케팅을 통제하는 만큼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며 “저금리에 따른 조달 비용 축소도 수수료 인하의 단골 구실이지만 나중에 금리가 오른다고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매출 10억 원 이하 자영업자는 카드 매출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를 1.3~2.6%까지 받고 있어 이미 이보다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효과도 없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수수료율을 더 내리는 대신 우대 수수료가 적용되는 가맹점 범위를 추가로 넓힐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영세하다고 보기 어려운 매출 연 30억 원 가맹점까지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며 “금융 원칙과 정책 목적에 맞는 합리적인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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