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데 어떻게 안봐요" 조심스런 귀성..역·터미널 북적
탑승 진입구 앞에 수십명 몰려 열차 대기
"4명이서만 모이기로 해서 내려가기로"
코레일 측 "오늘 하행선 티켓 이미 매진"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김승민·권지원 수습기자 = "어머니도 내려오지 말라고는 했는데, 특별한 접촉이나 감염 우려는 없어서요. 어차피 이번에는 4명만 모이기로 해서 괜찮을 것 같아 그냥 가기로 했어요."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설 연휴 친지 방문 자제' 등을 당부했지만, 서울 용산역 등 주요 역사들에는 10일 오후부터 귀성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7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민들에게 친지 방문 및 여행 등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당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번 설 연휴는 코로나19 방역에 특히 중요한 시기"라며 "안전화 추이에 있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설 연휴로 인한 전국적인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뉴시스가 돌아본 용산역과 강남 고속터미널역 등은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 용산역을 둘러본 결과, 역사 내 열차 탑승 진입구 앞에 위치한 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은 이미 꽉 찬 상태였다. 가운데 좌석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비워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지만, 이들 마저 절반 정도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 선 채로 열차를 기다리는 귀성객들을 포함해 대부분이 커다란 여행가방을 소지하고 있었다.
용산역에서 만난 천모(44)씨는 "부모님이 계시는 전남 여수로 가려고 한다"며 "형제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저 혼자 내려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천씨는 "처음에는 부모님이 걱정돼서 아무도 안 가기로 형제들끼리 결정했는데, 부모님도 적적해하시고 1명 정도는 내려가도 될 것 같아서 제가 가기로 했다"며 "형제들은 다음 주말에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귀성객 A(63)씨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우리 부부만 내려가기로 했다"며 "5명이 모이면 안 된다고 해서 우리 부부까지 해서 총 4명이 모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장남이라서 내려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형제들은 부모님 계신 곳 근처에 살아서 자주 찾아뵐 수 있다"며 "형제들은 아마 다음 주말에 부모님댁에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고속터미널역 역시 귀성객들의 발걸음으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100여명이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된 의자들은 모두 사람들로 찬 상태였다. 역사 내 대부분 귀성객들은 보자기에 쌓인 선물세트를 1~2개씩 갖고 있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난 30대 여성 김모씨는 "본가가 대구여서 오늘 연차를 내고 조금 더 일찍 내려가기로 했다"며 "1월1일에는 한창 코로나19가 심해서 안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가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5명 이상이 모일 수 없어서 다 같이는 못 보고 가까운 가족들끼리만 모일 예정"이라며 "오랜만에 고향에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려고 한다"고 했다.
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옆에 두고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29)씨는 "정부에서 저번에도 귀성 자제해달라고 해서 고향에 안 갔다"며 "자제하다가 이번에 겨우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려가서도 모임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며 "1년 내내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아예 안 보고 사나"라고 했다.
한국철도(코레일)는 이달 14일까지를 설 연휴 특별수송 기간으로 지정하고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포함한 철도 분야 특별교통대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코레일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급좌석 총 171만석 중 창가좌석 86만4000석만 판매를 하고, 전국 철도역에 방역수칙 안내문과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 2344개를 재정비했다.
이날 용산역에서 만난 코레일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의 일환으로 열차 좌석을 50%만 판매하고 있는데 오늘 하행선은 이미 매진됐다"며 "평소의 50%만 판매하는데 이미 매진이 됐다는 건 평년의 반은 이미 귀성길에 올랐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벌써부터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판매되는 표는 이미 다 팔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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