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책 첫 단추부터 '삐걱'..서울역 쪽방촌 개발, 변곡점되나

노해철 기자 2021. 2. 10. 16: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쪽방촌 공공개발에 "재산권 박탈" 반발
'재산권 침해' 논란 확대..주택공급 '차질' 우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5일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서울역 쪽방촌 정비는 공공주택사업으로 추진한다. 사진은 계획 예정지. 2021.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공공 주도로 추진하는 서울역 인근 쪽방촌 개발이 주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의 '2·4 공급대책'을 통한 주택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토지 소유자 중심으로 공공 개발에 따른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역 쪽방촌 토지주, 공공개발 반발…"사유재산권 박탈"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국내 최대 쪽방 밀집 지역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에 대한 정비사업을 예고하자, 토지 소유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는 9일 보도자료에서 "정부가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해당 지역 토지·건물주들은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4만7000㎡에 대한 정비사업으로 쪽방 주민 모두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와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업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추진위는 토지·건물주들과 그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고, 이번 사업으로 개인 재산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추진위는 "타 재개발, 재건축은 토지건물 소유주의 선택에 따라 지정된 동의율이 충족돼야 나머지는 현금 청산하게 되는데, 이 경우 동의율 필요 없이 개인들의 사유재산을 사실상 대규모 강제수용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반발했다.

사업에 따른 토지·건물주에 대한 '정당보상'과 관련해선 "'정당보상'이라는 용어는 정부가 지정한 토지를 '의견청취일에 가장 가까운 시점의 공시지가' 금액에 의거해 현금청산 후 토지와 건물 소유자의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자동의 토지와 건물 소유주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고, 개발 주체로서의 토지건물주를 개발행위의 결정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음을 확실히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4대책' 발표 이후…재산권 침해 논란 '점입가경'

동자동 쪽방촌에서 촉발된 주민 반발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우려가 크다.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공공 개발과 관련해 '현금청산'과 '토지수용' 등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대책 발표 이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지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장의 주택, 토지를 매수할 경우,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고 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가 대상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필요한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다.

수요자 입장에선 새로 구입한 주택이 향후 사업지에 포함될 경우, 투기 여부와 관계없이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에서 우선 추진 검토구역으로 222곳을 선정했을 뿐, 구체적인 사업 추진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토지 소유자의 의사와는 달리 공공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재산권 침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체 주민의 3분의 1(약 33%)가 이번 사업에 반대하더라도 공공은 강제 수용으로 해당 주민들의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주민 동의율을 3분의 2(약 67%)로 낮췄다.

◇공공개발 주민 반발 커져…신속한 주택공급 차질 우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산권 침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공 개발에 대한 주민 반발로 인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2025년까지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차흥권 법무법인 을지 대표 변호사는 "주민 3분의 2 동의만으로 토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분양권을 상실시키는 것은 본질적인 재산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며 "아직 사업 구역이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 발표 이후 주택을 구입했다는 사유만으로 현금청산으로 삼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의 경우, 2·4 공급대책에 담긴 공공개발의 선도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현금청산이나 토지수용에 반발한 토지소유자를 중심으로 가처분 신청이나 위헌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 구도심에선 공공 주도의 개발 방식이 호응을 받을 수 있겠지만, 사업성이 충분한 서울 도심에선 반감이 큰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발표한 공공재개발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마련한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 대책은 재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장혁순 법무법인 백하 대표 변호사는 "입법목적인 투기 수요 방지라는 공익이 개인의 신뢰 보호에 비해 크다는 점에서 우선공급권의 입법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재산권의 제한이 발생하더라도 추후 토지소유자들에게 현금청산 등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당한 보상 원칙을 준수해 헌법에 부합한다"고 했다.

sun9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