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황희 문체부 장관 임명..29번째 '야당 패싱'

오연서 2021. 2. 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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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동의 없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는, 이른바 '야당 패싱' 장관이 문재인 정부 들어 29번째 나왔다.

여당이 다수 의석의 압도적인 힘으로 인사청문회의 검증 기능을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평론가는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 놓았다. 야당이 집권하면 우리도 갚아주겠다고 벼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사청문회의 검증 시스템은 완전히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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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사실상 청문회 무력화 국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협의를 위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달곤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퇴장 후 강행처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동의 없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는, 이른바 ‘야당 패싱’ 장관이 문재인 정부 들어 29번째 나왔다. 여당이 다수 의석의 압도적인 힘으로 인사청문회의 검증 기능을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들 모두 회의에 참석했지만 표결을 할 때가 되자 김예지 의원 1명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나와 표결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 전원과 이상직 무소속 의원 등 9명이 보고서 채택에 찬성했고, 김 의원은 남아 반대 표를 던졌다.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황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내내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 등과 관련된 이력이 부족해 전문성과 자질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논란 △딸 유학비 출처 의혹 △급격한 재산 증가 등 도덕성과 준법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사실상 청문회 무력화 국가’라는 타이틀도 붙게 되었다”며 “그냥 폐지해라. 낯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저녁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협의를 위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달곤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에도 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부적격’ 의견을 내거나 보고서 채택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일은 잦았다. 때로는 무작정 반대하고 보는 야당의 관행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장치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엔 국회 인사 검증을 통해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행태가 드러나고 본인 또한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지만, 여당이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 자체가 어느새 ‘자연스러운’ 패턴이 돼 버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에는 검증을 통해 부적격하다고 입증된 후보자의 경우 자진사퇴하는 식으로 정리가 되기도 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원내 압도적 다수 의석수를 확보한 뒤에는 후보자 검증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만 해도 여론과 국회의 검증에 걸려 자진사퇴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지난 2017년 6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등 도덕성 논란에 책임을 지고 지명 닷새 만에 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3월엔 ‘해외 부실 학회 참석’ 논란에 일었던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정권 초기 일부 후보자들에 대해 야당의 반대가 다소 과도하거나 도식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여당의 ‘후보자 감싸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늘었다. ‘구의역 김군 모욕 발언’으로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선 정의당까지 ‘부적격’ 의견을 당론으로 정하는 등 논란이 컸다. 그러나 여당 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됐다. 이번에 여러 논란을 일으킨 황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부주의했다”고 어물쩍 넘어가거나 “비서진의 실수 탓”으로 돌리는 등 석연치 않은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문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보고서 채택에 전원 찬성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 놓았다. 야당이 집권하면 우리도 갚아주겠다고 벼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사청문회의 검증 시스템은 완전히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괄호 임명 시기)

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2017년 6월)

2. 강경화 외교부 장관(2017년 6월)

3. 송영무 국방부 장관(2017년 7월)

4.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2017년 7월)

5.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2017년 11월)

6. 이석태 헌법재판관(2018년 9월)

7. 이은애 헌법재판관(2018년 9월)

8.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2018년 10월)

9. 조명래 환경부 장관(2018년 11월)

10. 양승동 케이비에스 사장(2018년 12월)

11.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2019년 1월)

12.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2019년 4월)

13. 김연철 통일부 장관(2019년 4월)

14. 이미선 헌법재판관(2019년 4월)

15. 문형배 헌법재판관(2019년 4월)

16. 윤석열 검찰총장(2019년 7월)

17. 조국 법무부 장관(2019년 9월)

18.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2019년 9월)

19.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2019년 9월)

20.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2019년 9월)

2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2019년 9월)

22. 은성수 금융위원장(2019년 9월)

23. 추미애 법무부 장관(2020년 1월)

24. 이인영 통일부 장관(2020년 7월)

25. 박지원 국가정보원장(2020년 7월)

26.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2020년 12월)

27. 박범계 법무부 장관(2021년 1월)

28. 정의용 외교부 장관(2021년 2월)

29.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된 뒤 임명된 장관급 인사(2020년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2020년 1월)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반대 의견

-서욱 국방부 장관(2020년 9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2020년 12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2020년 12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2020년 12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2021년 1월)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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