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 옷가게 검색엔진..10번 실패후 K앱 '2조원 잭팟'

홍성용 2021. 2.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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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채팅앱 개발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 美에 지분매각
배민 이어 사상 2번째 규모
안상일 대표
'10전11기'.

안 해 본 장사가 없었다. 김밥 장사부터 옷가게, 검색엔진 업체까지 10번이나 창업해 도전했다가 쓴맛을 봤다. 창업과 폐업을 반복한 끝에 11번째 회사가 2조원 잭팟을 터뜨렸다. 국내 대표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안상일 대표·사진) 얘기다.

10일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이 하이퍼커넥트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약 1조933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매치그룹은 전 세계 최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틴더'를 비롯해 40여 개 글로벌 소셜 앱을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이다. 북미, 유럽 등에서 각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시가총액만 47조원에 달한다.

"작은 스타트업도 혁신 기술만 있다면 글로벌에서의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하이퍼커넥트가 증명해냈다"고 밝힌 안상일 대표의 창업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02년 정보기술(IT) 솔루션 업체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고, 식당 아르바이트로 절치부심한 뒤 2007년 '레비서치'라는 인터넷 검색 업체를 차렸다. 개개인 평판을 모아 수치로 표시하는 기술로 투자까지 받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8억원대 빚만 남긴 채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업체와 사진 스튜디오 등 잇달아 회사를 차리며 기회를 모색했고, 대학 동기였던 정강식 전 이사, 병역특례업체 동기인 용현택 이사와 2014년 의기투합해 비디오와 인공지능(AI) 기반 영상기술 기업 하이퍼커넥트를 꾸렸다. 이 회사가 만든 동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는 전 세계 230개국에서 19개 언어로 1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이번 인수 계약은 2019년 말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4조7500억원(40억달러 규모)에 인수한 이후 국내 인터넷 기업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특히 토종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는 서비스 이용자의 99%를 해외 이용자로 끌어모았고, 영상 기술 고도화로 창업 5년 만에 17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영상 기술' 하나로 2조 대박 한국 스타트업, 어디길래

韓 하이퍼커넥트 2조 '잭팟'

실시간 통신기술 모바일 첫적용
현지화 전략 설립 8년만에 대박

아시아·중동 탄탄한 '아자르'
북미 거점에 매치그룹과 결합
AI·AR기술 활용 계획도

배달의민족에 이어 2조원 매각 잭팟을 터트린 하이퍼커넥트를 두고 국내 스타트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퍼커넥트가 어떻게 2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고 매치 그룹과는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하이퍼커넥트는 영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아자르'와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앱 '하쿠나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하이퍼커넥트를 전 세계에 소개한 서비스가 바로 아자르다. 아자르는 무작위로 연결된 낯선 사람과 일대일 영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다. 카카오톡과 라인이 텍스트 기반 모바일 메신저라면 아자르는 모바일 메신저 소통을 영상으로 한다. 아자르에서 만난 상대방과 친구가 되면 무료로 메시지와 영상통화를 주고받을 수 있고, 영상통화할 때 다양한 비디오 필터와 얼굴인식 스티커를 적용해 즐길 수도 있다. 게다가 영상통화 도중 상대방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이 설정한 모국어로 자동 번역된다.

하이퍼커넥트가 '중동의 카카오톡'으로 불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기술 기업'을 표방한 결과다. 2011년 구글이 공개한 '웹RTC(Real-Time Communication·실시간 통신기술) 기술은 개인 간 거래(P2P)로 영상과 음성을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웹에서 주로 사용했던 이 기술을 모바일 앱에서 최초로 상용화한 서비스가 바로 아자르다. 하이퍼커넥트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서버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노리고 모바일에서 구현해냈다. 더욱이 이 기술은 국가, 통신망, 단말기 사용 등에 구애받지 않아 통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며 단말기 사양이 낮은 중동, 인도 같은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직원의 20%를 프랑스, 체코 등 20개국 출신 외국인으로 채용한 것과 독일·터키·인도·일본 등 8개국에 현지 법인과 사무소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철저히 현지화 전략에 힘써온 것도 99%의 글로벌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한몫했다. 특히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창업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했고, 3년여 만에 400억원대 연 매출과 매출 대비 40%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현금 보유를 늘려가며 회사 성장 곡선을 가파르게 만들어 왔다. 2014년 알토스벤처스로부터 22억원, 2015년 말에는 소프트뱅크코리아 등으로부터 100억원대 투자를 받고도 투자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을 정도였다. 비결은 유료화 모델이었다. 아자르에서 이용자가 채팅 상대방의 성별과 지역을 특정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 이성친구와 국가별 친구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아자르 유료화 모델은 대성공을 거뒀다.

한편 이번 인수는 영상 기반 서비스 '아자르'로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하이퍼커넥트와 이미지 기반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 중인 매치 그룹 사이의 요구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자르는 중동과 유럽, 인도 등지에서 1억명의 유저를 확보했지만, 아직 북미 지역 내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더욱이 하이퍼커넥트는 상대방 외모와 목소리를 통해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과 연결시키는 영상 기반 데이팅 앱 '슬라이드'를 북미 지역에 지난해 11월 출시하면서 북미 지역 공략 의지가 컸다. 매치 그룹도 틴더를 기반으로 한국과 일본 등을 거점 삼아 아시아 지역 공략에 나섰지만, 최근까지 성과가 나지 않았다. 따라서 아시아·중동 지역 시장에서 기반을 확보한 하이퍼커넥트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소셜 앱이 영상 서비스를 접목했기 때문에 이미지 기반 서비스 중심인 매치 그룹 입장에서도 영상 서비스 확보가 시급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퍼커넥트가 적극 투자 중인 영상 관련 인공지능(AI)·증강현실(AR) 기술 활용도 점쳐진다. 샤르 듀베이 매치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 '사회적 발견' 시장은 데이팅 시장의 두 배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이퍼커넥트가 개발하는 AR와 가상현실(VR) 기술은 인간이 온라인에 연결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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