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달부터 '고용 쇼크'..1월 일자리 98만개 사라져

이지용,전경운,서대현,최현재 2021. 2.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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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후 최대 감소
실업자도 157만명으로 급증

◆ 최악의 고용쇼크 ◆

올해 1월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100만명 가까이 급감했다. 실업자 수도 157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쇼크가 절정을 보인 작년에도 이 정도로 일자리가 줄어든 적은 없었다. 수도권 거리 두기 영업제한으로 꽁꽁 얼어붙은 설 대목 경기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선방했다며 정부가 위안을 삼는 사이 고용시장 등 서민 경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의 '고용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1월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할 때 98만2000명(-3.7%)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22년 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19 1~2차 확산 충격이 컸던 지난해 4월(-47만6000명), 10월(-42만1000명)보다 더한 기록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특히 30대(-27만3000명), 20대(-25만5000명) 등에서 크게 감소했다. 올해 1월 실업자도 157만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41만7000명(36.2%) 늘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실업률은 5.7%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올랐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해 12월 8일 이후 상향된 거리 두기 단계가 지속하면서 대면 서비스업 중심의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최악의 실업 통계도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서도 수도권 영업제한 등으로 자영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데다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아 실업으로 안 잡히는 '그림자 실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비경제활동인구)는 1758만명으로 1999년 6월 통계 생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작년 4분기 등 경제성장률 선방에 위안을 삼는 사이 고용시장 등 한파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용 기자 / 전경운 기자]

알바 끊긴 20대 '쓰레기 줍기' 공공근로 노인들과 일자리 경쟁

청년들 지자체로 구직행렬

"작년엔 신청하면 다됐는데…"
5060은 물론 청년까지 몰리자
공공일자리 구하기 쉽지않아

발열 체크 방역일자리도 인기
공고 나오면 수십대 1 훌쩍

올해 모집 공공근로 6만3천개
상반기에 60~70% 조기 채용

구직급여를 신청하러 온 한 실업자가 10일 서울 서부고용노동청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주식 시세를 조회하고 있다. 1월 실업자 수는 통계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157만명을 기록했다. [김호영 기자]
대학 휴학생인 김 모씨(25·울산 남구)는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카페나 PC방 등 아르바이트 수요가 많은 곳은 대부분 거리 두기 강화로 지금은 알바를 뽑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달 시청에서 실시한 공공일자리에 신청해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참여신청서에는 희망 업무를 1~3순위로 적어내는데 1순위 쓰레기 수거, 2순위 사무보조, 3순위는 공공시설 정비를 적었다. 또 희망하지 않은 일자리에 배치될 경우 '동의' 여부를 묻는 항목에도 동의한다고 표시했다.

김씨는 "작년 희망일자리 사업은 신청만 하면 할 수 있었는데, 올해 공공근로 자리는 구하기 쉽지 않다"며 "사무보조는 20대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아 1순위에 쓰레기 수거를 선택했는데, 주변 친구들도 그렇게 적은 애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울산시가 모집한 공공근로(1차)에는 427명 모집에 4883명이 신청해 1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대1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중 20대는 306명으로 작년 동기 87명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다.

10일 전국 광역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침체 대책으로 공공일자리 확대에 나섰지만,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공공일자리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못 구한 20대가 공공일자리에 대거 몰리는 바람에 50·60대와 일자리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올 한 해 지자체가 모집하는 공공일자리는 총 6만3144개(전북 제외) 규모다. 공공일자리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하는 공공근로, 행정안전부의 보조를 받는 지역공동체일자리와 지역방역일자리 등을 포함한 것이다. 쓰레기 줍기, 공공시설 정비, 방역,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다.

최근 역대 최대 공공근로 사업 신청자가 몰린 대구시는 올해 공공근로 채용 목표 인원 3000명을 1차 공공근로 사업에서 모두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대구의 올해 1차 공공근로 신청자 수는 1만3229명으로 지난해 4144명의 3배에 달했다. 2005년 대구시가 자체 공공근로 사업을 시행한 이후 가장 많았다. 당초 대구시는 올해 공공근로 인원을 3차에 걸쳐 3000명 채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차 신청 접수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일자리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판단해 올해 목표한 인원을 한꺼번에 채용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에 따른 고용 한파로 저소득층 취업난이 심각해졌다"며 "공공일자리를 더 확대하기 위해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공공근로(안심일자리) 6378개, 지역방역일자리 1726개, 지역공동체일자리 833개 등 상반기에만 8937개의 공공일자리를 공급한다. 장기 실업자, 노인, 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근로 일자리의 70%는 상반기에 조기 채용한다. 당초 상반기 계획은 전체 공공근로 일자리의 50%인 4378명을 채용할 예정이었으나 고용 상황이 악화돼 2000개 일자리를 추가로 마련했다. 전체 1004억원 중 상반기에만 590억원(58%)이 투입될 예정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만들어진 지역방역일자리는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일자리는 관공서 등에서 발열 검사와 출입자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임시 일자리지만 경쟁률은 치열하다. 인천 남동구 방역일자리에는 60명 모집에 999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6대1에 달했다. 인천 부평구의 방역일자리도 70명 모집에 780명이 지원해 11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울산 남구도 83명 모집에 805명이 지원했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50·60대가 481명 지원해 가장 많았지만 20대도 95명이나 지원했다"며 "하루 4시간 발열 체크하는 단순 업무에 100명 가까운 청년들이 지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도 최근 모집한 상반기 공공일자리 사업에 6412명이나 몰렸다. 678명을 뽑았으니 경쟁률이 10대1에 육박했다. 이경우 울산연구원 혁신성장연구실장은 "공공일자리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은 민간 영역의 일자리 상황이 열악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대현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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