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박범계 이성윤 조윤선 강용석..말 많고 탈많은 '사법연수원 23기'
朴장관 중심 이성윤 전진 배치
고립무원 윤석열 총장 압박
여운국 공수처 차장도 동기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될 수도
◆ 파란만장 사법연수원 23기 ◆
박근혜정부 시절 야당 국회의원이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11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정권에 찍혀 징계를 앞둔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옹호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정권이 바뀐 뒤 문재인정부에서 2019년 7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하자 박 의원은 "사표를 만류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기대가 크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2. 2020년 10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박 의원에게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잖습니까?"라며 언성을 높였다. 당시 박 의원이 "너무나 윤 총장을 사랑하는 본 의원이 느낄 때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호통치자,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라며 강하게 받아쳤다.
'석열이 형' '범계 아우'로 지칭하던 두 사람은 1992년 사법연수원 23기로 만나 '동기'라는 인연을 30년 가까이 맺어온 사이다. 그로부터 29년 뒤인 2021년 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돼 현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윤 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 때 감정의 골을 드러냈던 두 사람은 박 장관이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윤 총장을 패싱한 채 기습적으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자 긴장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10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놓고 검찰과 정부의 힘 겨루기가 계속되면서 갈등과 긴장의 중심에 서 있는 사법연수원 23기 출신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권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윤 총장에 대한 정부의 견제와 지지도 동기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무부·검찰 내 요직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그는 윤 총장과 특별한 친분이나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 유일하게 기소 반대 취지 의견을 내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기소 결정을 미루는 등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윤 총장과 뜻을 달리했다. 최근엔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결재를 미루고 있다. 박 장관은 최근 검사장급 인사에서 '이 지검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윤 총장 의견을 외면하고 그를 유임했다. 이 지검장은 현재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 관련 고발 사건 등을 지휘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9월엔 '총장-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대면보고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23기다. 그 역시 윤 총장의 수사 방향과 번번이 다른 선택을 했다. 이 차관은 취임 직전까지 '원전 수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4월 한 술자리에서 윤 총장에게 "형이 정치하려고 국이 형(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검찰권 견제를 위해 설립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인자인 여운국 차장도 연수원 23기다. 일각에선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윤 총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윤 총장의 '아군'으로 분류되는 동기들도 눈에 띈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가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항의성 사표를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남일 대전고검장과 구본선 광주고검장은 윤 총장 취임 후 대검 차장을 차례로 맡으며 그를 보좌했다. 고검장인 이들은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조상철 서울고검장 역시 연수원 23기다. 서울고검은 지난 8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 의뢰한 윤 총장의 '재판부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23기 동기다.
법무부 장관과 차관, 검찰총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5개 보직을 한 기수에서 차지한 것은 유일무이한 일이다. 법무부와 검찰에 23기가 집중된 배경에는 정권의 파격 인사가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발탁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보다 아래인 지검장급이라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후 윤 총장 선배 기수급 상당수가 조직 안정 차원에서 사의를 표하며 윤 총장 동기인 23기가 주요 기관장에 올랐다.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라임자산운용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중 작년 7월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옷을 벗은 송삼현 검사장도 윤 총장 동기다. 같은 날 사법연수원 23기 출신 검사 중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는 이정회 인천지검장도 사의를 표하고 검찰을 떠났다.
한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23기 출신 법관들도 있다. 우라옥 춘천지법 강릉지원장은 여성 법관으론 최초로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수석부장판사는 법원장을 보좌하는 핵심 보직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보좌하는 반정우 대법원장 비서실장도 23기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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