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없다"고 반박한 靑..환경부·원전수사 해명 '논란'

임성현,박제완 2021. 2.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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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레임덕 우려..공세적 반박
野 "블랙리스트 대통령이 사과를"
"직권남용 사법부 판단일 뿐"
김은경 구속 후폭풍 진화 나서
탈원전 수사에 대해서도
"사법적 판단 납득할 수 없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장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장바구니 카트를 직접 끌고 시장 곳곳을 돌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충우 기자]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청와대가 정면대응에 나섰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데다 자칫 임기를 1년여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강 대변인은 "이 사건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감이고 사실이 아니다"며 "재판부 설명자료 어디에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과거 정부 출신 산하기관장에게 사표를 제출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상급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서도 이날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강 대변인은 "월성 1호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돼 공개적으로 추진됐던 사안"이라며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동안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정부 입장을 대신했지만 이번에는 청와대가 직접 반격에 나선 셈이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최근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검찰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라인을 겨냥하고 있다.

청와대가 설날 연휴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은 정치권 공세와 여론 추이에도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전날 법원은 환경부 산하 기관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종용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구속하고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문재인정부 장관으로선 첫 구속인 만큼 청와대의 당혹감도 큰 상황이다. 게다가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대표적인 적폐로 겨냥했던 정부로선 자칫 정권의 정통성마저 훼손될 수 있는 위기감도 터져나오고 있다. 당시 청와대에서 공공기관장 인사를 총괄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현옥 전 인사수석 등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는 문재인정부가 대다수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기용하기 위해 전 정권 인사를 몰아냈다는 지적에 적극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강민석 대변인은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 대부분이 임기를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 정부 인사들은 공공기관장 330여 명과 상임감사 90여 명에 이른다. 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 역시 상당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며 "재판부도 사표를 제출한 공공기관 임원들 중 상당수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채 법령이 정한 임기를 마친 점을 고려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정권에서 취임했던 공공기관장이 지금까지 재직하는 공공기관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대한체육회 등 6곳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선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똑같은 '환경부 블랙리스트'라며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판결을 계기로 '문재인정부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제기해 온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 촉구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촛불정부가 아니라 블랙리스트 정부였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촛불을 농락하고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것을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강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청와대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고 정책과제라는 이유로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설명에 대해 야권 등 정치권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임성현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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