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탓에 하는 선거인데".. 우상호 '박원순 계승' 선언 논란

"박원순은 롤모델이자 민주주의·인권 논하던 동지"
강난희 편지 언급하며 朴 지지층에 '진정성' 전달 의도
누리꾼 "이 선거가 왜 일어난 것이냐" 비판 쏟아져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경선후보가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칭송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다름 아닌 박 전 시장의 실책 탓에 치러지게 됐는데, 그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우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강조했다.

우 후보는 또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 편지글을 보았다”며 강 여사의 편지 중 “박원순은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는 대목을 소개하고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오는 11일이 박 전 시장의 생일이라고 전하면서 “비록 고인과 함께 할 수 없지만 강난희 여사와 유가족이 힘을 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난희 여사의 손 편지가 공개된 것과 박 전 시장의 생일이 다가온 시기에 맞춰 박 전 시장 지지층에 자신의 ‘진정성’을 전달하려 한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된 우 후보의 메시지에 “거대하고 조직적인 2차 가해”, “이 선거가 왜 일어난 것이냐”, “피해자도 서울 시민이고 서울 시청 직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무엇인지 문제인지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우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을 묵인하는 여당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성범죄로 물러난 지방자치단체장을 두 명이나 배출하고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규를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번 우 후보의 ‘박원순 계승’ 입장문으로 이러한 태도는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