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은 가지 말라 하고 시댁은 오라는데" 며느리들 딜레마
"시댁에 안 간다 먼저 말하기 난처" 하소연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신고 방법, 앱 공유도
"이번 설, (방역 당국에서는) 이번에 모이면 안 된다고 하는데도 시댁은 오라고 재촉을 하네요. 잠잠해지면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시나요?"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설 명절을 앞둔 시민, 특히 기혼 여성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설 연휴 기간(11~14일)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고향 방문뿐만 아니라 가족끼리 만나는 것도 금지했다. 직계 가족이라도 주민등록상 사는 곳이 다를 경우 5인 이상은 모일 수 없다. 방침을 어길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휴 때 이동을 고민하는 글이 이날 수십건씩 올라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귀성 자제를 당부했지만 어른들 눈치가 보여 시댁에 갈 수밖에 없다는 며느리들의 사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 행사를 집안 어른들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동 금지 방침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것이 눈치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 맘카페에는 자신을 워킹맘으로 소개한 A씨가 "명절에 가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엄중한 시국이라 잠잠해지면 가고 싶은데 시댁에서 코로나는 조심해야 한다고 하면서 오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하신다"면서 "신랑만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호소했다.
이 글에는 "시댁에서 먼저 오지 말라고 하면 얼마 좋겠냐. 남편분이랑 잘 상의해봐라(ht***)", "저에겐 선택권이 없다. 시댁에서 아이들 보고 싶다고 명절 지나고 오라고 한다(주***)", "저는 시댁뿐 아니라 양가에서 오라고 하는데 너무 찜찜하다(은***)" 등 공감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명절 스트레스뿐 아니라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도 많았다. 다른 워킹맘 B씨는 "하루에도 400명 가까이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인데 꼭 이런 때 이동을 해야 하나 싶어 내려오지 말라는 전화만 기다리고 있다"며 "친척들을 만나면 식사를 다 같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스크도 안 할 텐데 걱정"이라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5인 집합금지 강조해도 실제로는 무용지물" 푸념도
일부는 '5인 이상 집합금지'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상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에 나설 수 없는 조치인 만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부라고 밝힌 C씨는 "시댁에서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어기고 오라고 하는데 정부가 아무리 강조해도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단속을 나오면 과태료만 내고 가족끼리 싸움만 날까 두렵다"고 푸념했다.
방역 지침과 가족 관계 사이에서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서로의 시댁을 방역조치 위반으로 신고해주자는 제안부터 '안전 신문고' 앱을 통해 익명을 보장받는 신고 방법을 공유하는 글까지 심심치 않게 공유되고 있다.
수도권 감염재생산 지수 '1' 넘어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방역 당국도 설 연휴 기간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을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실제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세를 가늠할 수 있는 감염재생산 지수가 '1'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등 감염 확산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확산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도 4주 전 0.79에서 계속 높아져 1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감염재생산 지수는 감염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 수를 뜻한다. 1 이상이면 최소 한 사람 이상이 추가 감염될 수 있다는 뜻으로 '유행 확산',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전국에서 확진자 비중이 80% 내외인 수도권은 이 지수가 1을 조금 넘었다.
윤태호 반장은 "현재 상황을 종합해 보면 3차 유행의 감소세가 정체되고 있고 재확산의 위험이 존재한다"며 "수도권은 설 연휴에 귀성, 여행 등을 통해 지역 간 이동이 늘어나고 평소에 만나지 못하던 가족 ·지인과 만남이 많아지면 3차 유행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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