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수사했던 주진우 변호사 "굉장히 촌스러운 일"
2년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성 인사가 난 뒤 사직서를 제출했던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한 1심 유죄 판결 소감으로 "(사건에 연루된)많은 사람들이 몇몇의 내정자를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게 굉장히 촌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주 변호사는 10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정권교체 직후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 "이제는 제도적으로 정비가 돼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이 유죄판결을 받은) 직권남용 같은 경우에는 완벽하게 정립된 분야는 아니다"며 "앞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건에서 최초로 판례를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동일한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반부패부가 동부지검 수사팀을 지휘하며 구속영장청구, 압수수색 등 각 단계마다 까다롭게 챙겨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직접 사건을 담당했던 주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수사팀 의견대로 기소가 돼 수사방해라고 할 순 없지만 대검이 법리검토를 엄청 많이 시켰는데 과도하면 수사 속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동부지검서 수사를 맡았던 지휘 라인은 모두 검찰을 떠났다.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2019년 7월 퇴임했고, 권순철 전 차장검사도 같은 해 8월 사직했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진우 전 부장검사도 ’좌천성 인사‘로 평가받는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받자 다음날 사직했다. 주 변호사는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을 맡고 있다.
주 변호사는 사퇴 당시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지난 1년간 '환경부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수 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의 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며 "수사 결과는 여러 모로 부족했지만, 검찰 내의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수사를 이끌고 가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정치색이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아는 정치인도 없고, 그 흔한 고교 동문 선배 정치인도 한 며 없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이어 "'환경부 사건'을 수사함과 동시에 '세월호 특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전담하였고, 일이 주어지면 검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하였으며,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였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산하기관 사퇴거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정황 문서도 포착했다. 이에 동부지검 수사팀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동부지법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영장을 기각했던 박정길 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사유로 김 전 장관이 일괄사표를 받은 것에 대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됐던 사정이 있다"고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의 일괄 사표 수리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읽히는 기각사유가 나오지 당시 야당은 박 판사에 대해 "판사가 이래도 되냐"며 "사법부 장악 완료단계 들어선 좌파독재가 빚은 희대의 사건이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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