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성희롱 파문' 후 이번엔 '성폭행 방조'..쏘카, 덩치만 키우고 고객안전 무시했다

심민관 기자 2021. 2. 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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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에만 치중, 정작 승객 안전에는 소홀
1년전에는 여성승객 몰카 성희롱 사건도
"민사상 책임은 물론, 형사로 방조까지 다툴 수 있는 사안"

30대 남성이 차량공유업체인 ‘쏘카’의 차량을 이용해 초등학교 학생을 납치한 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쏘카는 경찰이 요청한 용의자 정보제공을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나 성폭행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쏘카가 운영과 관리에서 중대한 허점을 드러내 사회적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쏘카가 운영하는 차량호출서비스 ‘타다’의 기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승객들을 몰래 촬영하고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웅 쏘카 전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박재욱 대표(세번째)가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시 쏘카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2년만에 강력범죄가 발생했고 회사 측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쏘카의 창업주인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욱 현 대표가 회사의 외형을 키우고 수익을 내는 데만 치중한 채 정작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각종 사건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는 기본적 책임을 다하는 데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쏘카, 경찰 정보제공 요청에 무성의한 대응… "사실상 범행 방조" 공분

쏘카는 10일 오전 박재욱 대표이사 이름으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이용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 협조 요청에 신속하게 협조하지 못한 회사의 대응과 관련해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쏘카’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지난 6일 오전 11시쯤 충남 서산경찰서에 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즉각 수사에 나선 경찰은 30대 용의자 A씨가 6일 오전 오픈 채팅방을 통해 만난 10대 초등학생 B양을 차에 태워 경기도 방면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의 추적 끝에 실종 신고 3시간 후인 오후 2시쯤 범행 차량이 경기도에 위치한 쏘카 차고지에 주차된 것까지 파악했다.

경찰은 쏘카 측에 A씨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다급히 요청했다. 성폭행 범죄 발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쏘카 측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영장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경찰이 하루 뒤인 7일 저녁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다시 정보제공을 요청했지만, 쏘카 측은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며 하루 뒤인 8일이 돼서야 A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이 납치된지 이틀이나 지난 뒤였다.

’타다’ 차량의 모습. /연합뉴스

이러한 쏘카 측의 늑장 대응을 두고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회사원 최모(43)씨는 "아동이 실종돼 경찰이 긴급하게 정보제공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묵살한 회사는 사실상 범행을 방조한 것 아니냐"고 격분했다. 대학원생 김모(32)씨는 "개인정보 보호도 당연 중요하지만, 긴급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경찰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이라며 "운영상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쏘카 측의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제17조1항2호)에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수사기관의 수사업무도 포함)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기윤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쏘카가 영장이 없어 정보제공을 거부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영장 없이도 정보제공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법률적 근거가 이미 있다"며 "쏘카가 수사 속도에 지장을 줘 피해자가 범행을 당할 수 있다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 형사로는 방조까지도 다툴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무료로 변론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2019년에는 ‘타다 단톡방 몰카·성희롱’ 파문… 허술한 운영·관리 되풀이

쏘카는 지난 2019년에도 자회사인 VCNC가 운영하는 타다 소속 기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 승객의 만취 사진을 몰래 촬영하고 공유하면서 성희롱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일부 기사들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성 승객이 타면 ‘유흥업소 여성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 등 외모를 평가하거나 비하했고, 술에 취한 고객 사진을 찍어 단체방에 올린 게 발각된 것이다. 당시에도 쏘카가 당시 택시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던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타다를 자리잡도록 하는 데만 열중한 채 정작 기본이 돼야 할 운전기사들의 채용과 인력 관리 등에 대해서는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9년 타다 기사가 단체 채팅방에 공유한 만취 여성 승객의 몰카 사진/조선DB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되려면 신원조회는 기본이고, 1년 이상 무사고 운전 경력을 쌓고 운전 적성 정밀 검사와 택시운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반면 타다 운전기사의 경우 별도의 자격시험 검증 없이 인력 업체를 통해 간단한 면접을 통과한 후 등록만 하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업계 관계자는 "쏘카가 이번 일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와 수사협조에 대한 대응 매뉴얼 정비에만 그치지 말고, 차량공유 서비스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또다른 운영상 허점들을 미리 예견하고 이에 합당한 내부 방침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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