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오는 자식들 대신에..어르신들 찾은 생활지원사들 [정동길 옆 사진관]

글·사진 권도현 기자 2021. 2. 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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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김명희 생활지원사가 경북 의성군 가음면 최삼자 할머니의 자택에서 할머니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경북 의성군 가음면의 한 주택.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한복을 차려입은 생활지원사들이 홀로 사시는 박분조 할머니(82)의 댁을 찾았다. “아이고, 내 아직 씻지도 못했는데…”라며 박 할머니가 나오자 유애경 생활지원사는 “괜찮다, 우리 할매 그래도 곱네”라며 할머니의 머리를 매만졌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박분조 할머니가 경북 의성군의 자택에서 아들이 보낸 영상편지를 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설 연휴에 오지 못하는 큰아들의 영상편지를 보는 박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 권도현 기자


생활지원사들은 할머니께 세배를 올리고 준비해온 명절음식과 이불을 전달했다. 설인사를 나눈 뒤 지원사들은 타지에서 온 박 할머니의 큰아들에게서 온 영상편지를 할머니께 보여드렸다. 영상을 보는 할머니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맺혔다.

“저는 할머니랑 좀만 더 있다가 갈게요.” 금성노인복지회관 직원들이 할머니께 설 인사를 드리고 떠나려는 찰나 유애경 지원사는 할머니와 좀 더 시간을 보내겠다며 할머니댁에 남았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김명희 생활지원사를 비롯한 금성노인복지회관 직원들이 홀로 명절을 보낼 어르신들을 위한 명절음식을 만들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경북 의성군 금성노인복지회관 직원들이 홀로 명절을 보낼 어르신들을 위한 명절음식을 만들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어르신들에게 전달 될 도시락들. / 권도현 기자


경북 의성군에서는 145명의 생활지원사들이 2천여 명의 독거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지난 8일부터 직접 만든 명절음식 등을 갖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있다. 10일 의성군 금성면 금성노인복지회관에서는 직원들과 생활지원사들이 당일 어르신들에게 전달한 명절음식 도시락 300인분을 만들고 있었다. 금성노인복지회관을 비롯해 군에 있는 의성·안계노인복지관은 설날 당일인 12일까지 군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명절음식을 드릴 예정이다. 박경숙 의성군청 노인복지계장은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드리기 위해 매일 오전에 만든 음식을 당일 전달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생활지원사가 최삼자 할머니에게 복지관에서 만든 명절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김명희 지원사와 최삼자 할머니가 할머니의 아들이 보낸 영상편지를 함께 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최삼자 할머니가 생활지원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명희 지원사가 할머니께 “문 닫으셔”라고 연신 말했지만 할머니는 김 지원사가 사라질 때까지 문을 닫지 않았다. / 권도현 기자


한복을 입고 전을 담던 김명희 생활지원사는 도시락을 챙겨 최삼자 할머니(93)댁으로 향했다. 명절음식과 이불을 받은 할머니는 김 지원사를 향해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김 지원사는 “93세가 되셨는데도 치아가 아주 건강하셔서 군에서 상도 받으신 분”이라며 최 할머니를 소개했다. 그는 “어르신들께 매일 안부전화를 드리고 일주일에 2번은 찾아뵙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잘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애경 생활지원사가 박분조 할머니에게 이불을 드리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설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이성순 생활지원사와 박경숙 의성군청 노인복지계장이 경북 의성군 가음면 구복회 할아버지의 자택에서 명절 인사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박경숙 의성군청 노인복지계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식들이 못 오다보니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면서 “별건 아니지만 음식이나 이불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자식들 대신 인사를 드려 외로우신 어르신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명절 어르신 방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자식들이 보낸 영상편지들. / 권도현 기자

글·사진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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