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오는 자식들 대신에..어르신들 찾은 생활지원사들 [정동길 옆 사진관]
[경향신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경북 의성군 가음면의 한 주택.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한복을 차려입은 생활지원사들이 홀로 사시는 박분조 할머니(82)의 댁을 찾았다. “아이고, 내 아직 씻지도 못했는데…”라며 박 할머니가 나오자 유애경 생활지원사는 “괜찮다, 우리 할매 그래도 곱네”라며 할머니의 머리를 매만졌다.
생활지원사들은 할머니께 세배를 올리고 준비해온 명절음식과 이불을 전달했다. 설인사를 나눈 뒤 지원사들은 타지에서 온 박 할머니의 큰아들에게서 온 영상편지를 할머니께 보여드렸다. 영상을 보는 할머니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맺혔다.
“저는 할머니랑 좀만 더 있다가 갈게요.” 금성노인복지회관 직원들이 할머니께 설 인사를 드리고 떠나려는 찰나 유애경 지원사는 할머니와 좀 더 시간을 보내겠다며 할머니댁에 남았다.
경북 의성군에서는 145명의 생활지원사들이 2천여 명의 독거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지난 8일부터 직접 만든 명절음식 등을 갖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있다. 10일 의성군 금성면 금성노인복지회관에서는 직원들과 생활지원사들이 당일 어르신들에게 전달한 명절음식 도시락 300인분을 만들고 있었다. 금성노인복지회관을 비롯해 군에 있는 의성·안계노인복지관은 설날 당일인 12일까지 군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명절음식을 드릴 예정이다. 박경숙 의성군청 노인복지계장은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드리기 위해 매일 오전에 만든 음식을 당일 전달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전을 담던 김명희 생활지원사는 도시락을 챙겨 최삼자 할머니(93)댁으로 향했다. 명절음식과 이불을 받은 할머니는 김 지원사를 향해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김 지원사는 “93세가 되셨는데도 치아가 아주 건강하셔서 군에서 상도 받으신 분”이라며 최 할머니를 소개했다. 그는 “어르신들께 매일 안부전화를 드리고 일주일에 2번은 찾아뵙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잘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숙 의성군청 노인복지계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식들이 못 오다보니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면서 “별건 아니지만 음식이나 이불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자식들 대신 인사를 드려 외로우신 어르신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명절 어르신 방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글·사진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