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노후보장 '철밥통'인지 알았는데..공무원 잇단 극단선택 왜?

김소영 기자 2021. 2. 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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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하던 서울시 소속 공무원 A씨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돼 경찰이 내사에 돌입했다. A씨는 20대 주무관으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최근 공무원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해온 서울시 7급 공무원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데 이어 같은 날 중앙정부 부처 소속 9급 공무원 B씨가 출근했다 곧바로 귀가해 목숨을 끊었다.

특히 서울시 소속의 공무원 A씨는 지난해 10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최연소 7급 공무원 합격자로 확인돼 더욱 충격이 컸다.

A씨의 극단적 선택 원인에 대해서는 악플에 시달렸다거나 직장내 괴롭힘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A씨가 회사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며 "직원들이 힘들면 경영지원본부나 총무과에 상담을 하는데 해당 직원은 부서나 업무를 바꿔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B씨는 최근 업무량이 많아져 연일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는 부천시 7급 공무원 C씨가 두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관 남편이 신호위반 차량에 치여 사망한 지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동료 공무원은 "부부 공무원으로 둘 사이가 좋았다"며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공허함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9월에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주무관 D씨가 교육청 별관 뒤편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정황이 드러났다. 그가 남긴 자필 메모에는 높은 업무 강도를 하소연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 원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7년 9월에는 서울시 예산과 7급 공무원 E씨가 자택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2015년 공채로 들어온 그는 예산과로 발령을 받은 뒤 격무를 호소했다. 숨지기 전인 8월 한 달 동안에는 170시간이나 초과 근무를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잇따르는 '공무원 극단 선택'…"처우 개선 시급" 한 목소리
삽화,번역,알바,고민,눈물,서류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자 공무원의 업무 강도와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신을 현직 공무원이라고 밝힌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나도 신입일 때 인수인계를 못 받아 매일 울면서 일했다"며 "처음이니까 못하는 게 정상인데도 아무도 일을 안 알려주더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공무원은 초과 근무도 당연한 일상"이라며 "52시간제는 먼 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도 "공무원 업무 강도는 소속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비해 급여가 너무 적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동조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7년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 후 서울시 공무원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초과 근무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성찰을 하고 있다"며 "훨씬 더 강력하고 본질적 대책이 있어야겠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무원은 철밥통', '세금 축내는 존재'…부정적 인식 개선 필요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제도적 개선보다 공무원에 대한 인식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9급 공무원 F씨(28)는 "'내 세금으로 월급 받지 않냐'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면 자괴감이 든다"며 "공무원은 막 대해도 된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처우도 그에 따라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공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직 사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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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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