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정세균 나란히 호남행..설 '밥상머리 민심' 선점 경쟁

계현우 2021. 2. 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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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오늘(10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일제히 광주·전남을 찾았습니다. 여권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자신들의 고향인 호남에서 '설 민심 잡기'에 나선 겁니다.

호남 민심은 그동안 정치사의 고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16대 대선에서 '이인제 대세론' 위주였던 새천년민주당 경선 당시, 광주는 경남 김해 출신 노무현 후보를 1위로 밀어 이른바 '노풍'의 진원지 역할을 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 속에 호남 출신의 두 대권 주자가 설 연휴 전날 일제히 광주·전남을 찾은건 설 명절 이른바 '밥상머리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지역 숙원 법안들 조속한 국회 처리 강조"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낙연 대표는 오늘(10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 전남을 찾았습니다. 광주 방문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로, 이번엔 나주 한전공대 부지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여순항쟁위령탑 등을 방문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방문은 2월 임시국회서 처리해야 할 지역 현안 법안들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처리 의지를 밝히는데 주안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권 여당 당 대표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비공개 일정으로 CJ대한통운 택배물류센터를 찾아 택배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민생 행보에도 나서는데, 설 명절 정치인들이 으레 찾는 시장은 공식 일정에서 빠졌습니다. 이보단 한 달도 안 남은 당 대표 임기 동안 본인이 국회라는 공간에서 노력할 수 있는 지역 숙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다른 주자들과 차별점을 갖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오늘 오후 나주 한전공대 부지 방문에선 '한국에너지공대특별법' 입법 의지를 밝혔습니다. 내일(11일) 오전에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현장 간담회를 갖고 국회에 계류 중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법' 임시 국회 처리를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찾을 여순항쟁위령탑에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약속할 전망입니다. 당 대표로서 국회의 시간을 강조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이후 휘청였던 지지도를 텃밭인 호남 구애를 통해 반등시켜 보겠단 의지로 해석됩니다.


■ 광주서 중대본 회의…경제1번지 도약 약속

전북 진안이 고향인 정세균 총리도 광주를 설 민심 행보 전략지로 택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광주시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정총리는 회의에서, 광주가 새해 들어 비인가 교육시설 등에서의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지만, 기민한 대응으로 거센 불길을 빠르게 잡아나갔다고 추켜세웠습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현장점검 일정도 있는데, 코로나 대응으로 좀처럼 대권 경쟁을 본격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총리'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광주 역점 사업과 민생 행보에도 나섰습니다. 오후에는 지역 역점 사업인 빛고을 에코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식에 참석했고, 광주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과 광주형 일자리 회사인 광주 글로벌모터스도 방문도 일정에 포함됐습니다.

이 대표와 방문일을 겹쳐 잡으면서 호남 출신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특히 정 총리는 오늘 페이스북에 <광주에 갑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광주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오르고 그 분께 정치를 배웠다며 김 전 대통령과 자신의 연관성을 강조했습니다. 오늘 일정에 있는 방문지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정부가 굳은 의지로 전폭 지원해 광주를 정치1번지에서 경제1번지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행정부를 총괄하는 국무총리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경기도 우선 집중…호남서는 조용한 행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우선 경기도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광역단체장으로서 명절을 앞두고 본인 지역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정협의체 협약 체결과, 경기 축산물 먹거리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을 위해 무료로 먹거리를 나눠주는 그냥드림코너에 전달하는 행사가 오늘 일정입니다.

연휴 기간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코로나19 대응 상황 등을 챙기는 데 집중할 계획인데, 도 방역 책임자로서 정부의 명절 이동 자제 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해지는 만큼 정책 경쟁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지사, 공개적인 정치적 움직임은 자제하고 있지만 호남을 향한 조용한 행보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비공개 일정으로 5·18 민주묘지를 홀로 참배했습니다. 국립묘지 관리사무소 방명록에는 '나의 사회적 어머니 광주, 언제나 가슴 속에 있습니다'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자녀나 남편을 잃은 유가족들이 모여있는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30분 동안 면담을 가졌습니다.

정중동이라지만, 지난 광주 방문 마지막에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을 지역위원회도 찾아 인사를 나눈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방문 즈음 지역 내 이 지사 정책제안 모임인 '희망사다리포럼'도 창립총회를 가졌는데, 여권의 핵심부 호남에서 이 지사도 지지기반을 조용히 확대해가는 모습입니다.

계현우 기자 (ky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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