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원순이다" 우상호의 자충수

노지원 2021. 2. 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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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이 10일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배우자가 남편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쓴 손편지에 공개적으로 동조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씨는 최근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쪽에 손편지를 보내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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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보궐선거]"2차 가해" "본인에게도 득 안돼" 비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이 10일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배우자가 남편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쓴 손편지에 공개적으로 동조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당내 경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켜 박영선 예비후보에게 밀리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안팎에선 ‘2차 가해’라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 편지글을 보았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울컥했다”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떻게 견디셨을까?”라면서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고 적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또 11일이 박 전 시장의 67번째 생일이라는 점을 짚으며 “강난희 여사님과 유가족들이 힘을 내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씨는 최근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쪽에 손편지를 보내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손편지는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전파됐는데 우상호 후보가 이 손편지를 보고 느낀 소회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강씨의 글은 개인 주장이긴 하지만 이미 인권위에서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추행이 맞다’고 발표한 조사 내용을 부정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강씨는 편지에서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모를 통해 우리는 박원순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꿈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우 후보가 이러한 강씨의 주장에 힘을 보태자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많다. 우 후보가 올린 페이스북 글을 지지하는 일부 댓글도 보이지만, “어이없다” “실망이다”라는 비판을 넘어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왜 하는지 다시 찾아보기 바란다. 그걸 알면서도 사실을 부정하고 싶으신 거면 시장후보 자격이 없으니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서울시장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이런 걸 올리느냐”,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에서 인정된 박원순 성추행 사건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비판과 함께, “민주당은 뻔뻔하게 책임도 안 지고 이렇게 출마하고 있다”며 당헌을 고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우상호 의원은 지지의 감정들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을 소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서울시에서 직원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자기의 지지세력을 모으기 위해서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 사건을 소모하는 사람이 과연 시장의 자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우 후보의 이런 행보는 인권위 발표 이후 공식 사과한 당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7일 “인권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해자께서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결국 경선에서 (박영선 후보에) 밀리니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며 “박영선 후보가 정책 위주로 가는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을 찾다보니 무리수를 던진 듯 하다. 민주당 핵심, 전통 지지층한테 소구하기 위한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우 후보에 행위에 대해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으로선 가까스로 수습한 박 전 시장 사건을 우 후보가 공연히 들춰낸 양상이기 때문이다. 우 후보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핵심 지지자한테 어필하기 위한 것은 자명해 보인다”며 “큰 판을 보지 못하고 당장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되는 데에 급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우 후보의 글에 대해 “보궐선거가 부산,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게 됐다”며 “(우 후보가 해당 발언으로 얻을) 정치적 득이 없어보인다. (경선 결과에) 마음을 비운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어도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박원순 찬양’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

우 후보의 글에 대해 우상호 캠프 쪽에서는 “인권위 입장을 존중한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송구하고 죄송하다”면서도 “하지만 박 시장이 해 온 시민 운동이나 시정에 대해서는 (우 후보가) 가치를 같이 하겠다는 뜻”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강씨 손편지에 동조한 데 대해서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애절함에 동감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지원 임재우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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