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지원' 4만원 그 시절 깨알기록..월평마을 120년 사진집

안관옥 2021. 2. 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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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때 동네 구장(이장)을 맡은 시아부지와 동네 반장을 맡은 우리 아부지가 혼례를 서둘럿지라~. 암 것도 모르고 어른들이 허란께 했지라."

월평은 전형적인 남도의 수도작 농촌인 전남 장흥군 장흥읍 향양리 월평마을을 이른다.

또 84년 가족계획을 위한 피임시술자 지원금 4만원을 종잣돈으로 마을 안길을 포장했다는 부녀회 기록, 82년 임홍권 이장의 마을스피커를 통한 아침교양방송 원고 등 희귀한 자료들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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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월평마을 사진집 '월평'
1600장에 압축한 역사와 인물
주민 330여명 빠짐 없이 들어가
도로·철도 개설로 외부 단절되자
더 끈끈한 공동체 만들어온 과정
아침교양방송 원고 등 희귀 자료도
개촌 120년을 맞은 월평마을 주민들. 사진가 마동욱씨 제공

“열아홉 때 동네 구장(이장)을 맡은 시아부지와 동네 반장을 맡은 우리 아부지가 혼례를 서둘럿지라~. 암 것도 모르고 어른들이 허란께 했지라.”

최근 전남 장흥에서 발간된 사진집 <월평>에 실린 김선초(89) 할머니의 구술 첫 대목이다. 월평은 전형적인 남도의 수도작 농촌인 전남 장흥군 장흥읍 향양리 월평마을을 이른다. 장흥 사자산 기슭에 달이 떨어지는 명지라는 뜻의 월낙평(月落坪)에서 줄어든 이름이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태어나 여태껏 살아온 그야말로 토박이다. 할머니는 “시골에 살믄 맨날 그놈의 일 속에 파묻혀 살지라. 시아부지 수발하고 5남매 키우며 살든 시절이 어떻게 갔는지, 이라고 나이만 들어부럿소”라고 세월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사진집 <월평>에는 윤복님(유남댁) 할머니 등 마을주민 330여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진집 <월평>에는 150가구 주민 330여명이 모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이 사는 고샅과 들판, 모습과 발언, 마당과 안방이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담겼다. 322쪽인 이 책에는 사람들의 면면뿐만 아니라 마을의 유래와 역사, 지명과 민담, 사건과 결과 등이 사진 1660여장으로 망라됐다.

특히 개촌 이후 120년 동안 근대화의 물결 속에 도로와 철도가 개설되면서 외부와 단절되자, 내부에서는 마을 주민끼리 더 끈끈하게 뭉쳐 공동체를 오순도순 유지해온 과정을 정리했다. 해마다 추수를 마친 뒤 당산나무 아래에서 낙엽축제를 열어 서로를 격려하는 전통을 소개하고, 이런 단합이 지난 2019년 경전선 철도 공사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던 원도로를 지켜냈던 투쟁의 저력이 되었다고 자부했다.

또 84년 가족계획을 위한 피임시술자 지원금 4만원을 종잣돈으로 마을 안길을 포장했다는 부녀회 기록, 82년 임홍권 이장의 마을스피커를 통한 아침교양방송 원고 등 희귀한 자료들도 들었다.

월평마을 그림지도. 사진 이형신 제공

이 책은 개촌 120년을 맞은 주민들이 지난해 7월 몇 차례 회의를 열어 ‘마을기록’을 남기기로 하면서 추진됐다. 이후 30여년 전부터 100여 차례 마을을 오가며 풍경과 인물을 기록했던 사진가 마동욱씨가 가세하면서 성사됐다.

박형대 이장은 “에어컨이 발명돼 사람들이 모여들던 당산나무는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고향의 당산나무는 우리의 원형질이다. 자꾸만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을 잘 보존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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