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유튜브 입 막겠다? '징벌 손해배상'에 쏟아지는 우려
가짜뉴스를 법으로 막으려는 여권의 행보가 가쁘다. 더불어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3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공식화하는 등 속도전에 들어갔다. 언론은 물론 포털,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까지 대상에 포함돼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민주당은 10일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 대상에 언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1인 미디어, 포털을 포함한다는 대원칙을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고의적 가짜뉴스와 악의적 허위정보는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명백한 폭력으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영역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대책에 언론은 물론 포털과 1인 미디어가 모두 포함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형법에 명예훼손죄 없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미국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포털업계에서도 불만이 바로 나왔다. 자정 노력을 꾸준히 해 왔는데도 정치권이 규제로만 옭아매려 한다고 했다. 포털은 언론사 자체 편집권을 확대하고,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하는 등 여론 독점과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IT 시민단체 '오픈넷'은 전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은 권력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하기 쉽다"는 비판 성명을 내기로 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도 "뉴스나 정보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책임 강화 조치로 본다"면서도 "표현의 자유와 직결되기 때문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에선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1인 미디어 규제도 부작용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은 2023년 8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성장한 1인 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가해질 경우 미디어 콘텐츠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
최항섭 국민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미래 사회에선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활동을 해나갈 것"이라며 "국가 권력이 약화되고 분산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소불위 식으로 나가게 되면 인터넷 문화가 후퇴할 우려가 분명히 있다"고 비판했다.
이중처벌 우려 등이 큰 데도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검토보고서에서 가짜뉴스 방지법이 기존의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현행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면 인터넷 가짜뉴스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손해액의 3배 보상'이라는 점도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손해를 피해자가 입증을 할 수 있어야 3배 보상할 수 있는데, 가짜뉴스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재발 방지라는 징벌의 이념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구 변호사는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민법 750조를 개정해 모든 분야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언론, 포털 등에만 논의를 하는 것은 '너 한 번 혼나보자', '손 봐주자'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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