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트럼프 탄핵심판은 합헌"..다음주 최종 결론

상원, 56대 44로 "트럼프 탄핵심판은 합헌"
향후 나흘간 본격 변론..다음주 최종 결론
민주당, 의사당 난입 동영상·감성·논리 동원
트럼프 변호인 "민주당 잘 해"..공화당 당혹
유죄 평결에 공화당 17표 필요..가능성 낮아

미국 민주당의 제이미 라스킨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각) 상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가족사와 지난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를 언급하다가 울먹이고 있다. 상원 TV 화면 갈무리.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이 9일(현지시각) 시작됐다. 앞으로 나흘간 양쪽 변론을 거친 뒤 이르면 다음주 초 최종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나, 유죄 결정이 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 상원은 이날 트럼프에 대한 탄핵심판이 헌법에 맞는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56대 44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민주당 50명 전원에다, 공화당에서 50명 중 6명이 합헌이라고 가세했다. 공화당 6명은 지난달 비슷한 내용의 표결에서 트럼프 탄핵심판이 합헌이라고 밝혔던 밋 롬니, 수전 콜린스 의원 등 5명에다, 이날 마음을 돌린 빌 캐시디 의원이 추가된 숫자다. 캐시디 의원은 민주당 탄핵소추위원들이 트럼프 변호인단보다 표결 전 진행된 토론에서 더 잘했다고 변심의 이유를 댔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6일 벌어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의 ‘내란 선동’ 책임을 물어 같은 달 13일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날 상원의 표결에 앞서 약 4시간여 동안의 토론을 지배한 쪽은 민주당이다. 특히 탄핵소추위원단을 이끄는 제이미 라스킨 의원은 감성과 논리를 동원해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라스킨은 발언대에 올라 지난달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때의 모습을 담은 13분 짜리 동영상을 틀었다. 경찰이 폭도에 맞고, 난입자가 경찰 총에 맞아 나가 떨어지는 장면 등 아비규환의 상황과, 당일 “의사당으로 가라”는 트럼프의 연설에 지지자들이 호응하는 모습 등이 나왔다. 라스킨은 하버드대에 다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을 의사당 난입 사태 전날 땅에 묻었다. 난입 사태 당일 라스킨의 딸이 의사당을 방문했는데, 폭력 사태로 인해 두 사람이 떨어지게 됐다. 라스킨은 아들에 이어 딸마저 잃게 될까 몹시 두려웠다고 울먹이며 회상하면서 “이게 우리의 미래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라스킨은 “저게 탄핵해야 할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탄핵할 범죄라는 건 있지도 않은 거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트럼프가 더이상 현직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당할 수 없으며, 지난달 6일 그가 지지자들 앞에서 한 연설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쇼언 변호사는 “대통령은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탄핵할 수 있는 거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은 제거될 수 없기 때문에 탄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헌법에 전직 관리를 탄핵 못 하게 하는 내용은 없으며,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가 대통령이 연방정부에 대한 공격을 도발하는 것까지 보호해선 안 된다고 곧장 반박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의 브루스 캐스터 변호사는 “소추위원단(민주당)이 변론을 잘 했다”고 하거나 공화당 내 트럼프 비판 의원들의 실명을 언급하는 등의 행동으로 공화당 의원들마저 당혹스럽게 했다. 캐시디 의원은 “트럼프 변호인단 얘기를 들은 누구라도 그들이 초점이 없고, 핵심 사안을 회피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 토론 직후 상원이 트럼프 탄핵심판이 합헌이라고 표결함에 따라, 민주당의 탄핵소추위원들과 트럼프 변호인단은 10~13일 나흘 동안 각각 16시간씩의 변론을 벌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탄핵심판 기간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탄핵이 상원에서 확정되려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합류해야 한다. 그러나 9일 탄핵심판이 합헌이라고 선택한 공화당 의원이 전체 50명 중 6명에 그친 데서 보듯, 트럼프가 최종 유죄 평결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