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코로나에 멈춘 삼바..리우 카니발 올해 개최 무산
2월서 9월로 한 차례 순연된 뒤 결국 취소
브라질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
흥겨운 삼바리듬과 화려한 퍼레이드로 세계적 사랑을 받아온 브라질 리우 카니발이 코로나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리우 데 자네이루시가 최근 올해 카니발 개최 계획을 취소했다고 글로벌 여행잡지 트래블앤레저 등이 최근 보도했다. 리우 카니발은 해마다 2월에 열렸지만,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자 리우 시는 작년 9월 2021년 카니발 개최날짜를 7월로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예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WHO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선포하기 전이었고, 지금처럼 지구촌 곳곳으로 번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예정대로 리우 카니발은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같은 별도의 방역지침도 없었다. 지난해 카니발의 마지막 날이었던 2월 26일에 브라질에서는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하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언행을 이어가는 등 정부의 방역 태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브라질 내 확진자와 사망자는 무섭게 증가했다. 10일 현재 존스홉킨스 병원 집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코로나 확진자는 약 959만명으로 미국·인도에 이어 2위다. 반면 사망자 숫자는 23만여명으로 미국에 이어 2위다.
에두아르두 파에스 리우 데 자니에루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카니발 개최에 대한 열정을 숨긴 적이 없고, 우리 도시에 있어 카니발이 갖는 경제적·문화적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 시점에서 우리가 오는 7월 예정대로 카니발을 개최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은 무의미해보인다”며 절망적인 심경을 표했다. 트래블앤드레저에 따르면 리우 카니발은 1912년에 외교장관의 죽음으로 두 달 연기된 적이 있다. 역명으로 인해서 연기되거나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니발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다인종 국가인 브라질인들을 묶는 구심점이면서 핵심 관광수입원이다. 대공황 시절이던 1935년 당시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통령이 서민 문화인 삼바와 유럽계 백인문화, 아프리카계 흑인 문화를 합친 융합형 축제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브라질 정부가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리우 카니발 전용 행사장인 ‘삼보드로무’까지 건립했다. 카니발은 다민족 국가인 브라질의 정체성을 담고, 사회·정치적 불만을 배출하는 해방구 역할도 해왔다. “브라질이 카니발을 만든 게 아니라 카니발이 브라질을 만들었다(호베르투 다마타)”는 말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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