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은 가능하다' UAE 화성탐사선 성공에서 얻는 교훈
중동의 강소국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12시 57분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UAE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화성 궤도에 진입한 나라가 됐다.
UAE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가 이날 아말의 화성 포획 궤도에 안착 소식을 공식 확인하자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에는 거대한 LED 영어 문장이 펼쳐졌다. ‘임파서블 이즈 파서블(Impossible is possible˙불가능은 가능하다)’.
UAE에서는 지난 5일간 아말의 화성 궤도 진입을 기원하며 주요 공공 기념물, 문화 유산, 랜드 마크 등에 붉은 빛을 비추는 조명쇼가 진행됐다. 아말의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에서는 축하쇼가 벌어졌다.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겸 UAE 우주청장은 “아말호의 성공적인 화성 진입으로 UAE의 건국50주년이자 동시에 인류의 탐사선이 화성에 최초로 착륙한지 50년이 된 2021년을 기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미리 장관은 “신생 국가라는 한계 속에서도 인류가 화성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됐다는 점에 더욱 특별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UAE는 우주기술 불모지에서 단기간, 그것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 탐사를 건너뛰고 태양계 심우주인 화성 탐사에 먼저 도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UAE를 이른바 우주개발의 새 조류인 뉴 스페이스의 모범 국가로 부르는 이유다.
1971년에 연방정부가 출범한 ‘젊은 국가’에 속하는 UAE는 우주개발에서도 한국보다도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UAE는 건국 50주년이 되는 2021년 2월 화성 궤도선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아랍에미리트 화성 계획(EMM)’을 발표하고 2100년대 화성 이주계획을 추진하는 등 가장 파격적인 우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의 기술 협력 과정이 이번 화성 탐사의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UAE는 인공위성 ‘두바이샛’ 1호와 2호를 한국 기업인 쎄트렉아이를 통해 개발해 2009년과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 아말 탐사선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시작됐지만 2006년부터 두바이샛 1호 개발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며 역량을 축적했다.
아말의 핵심 개발 인력들은 대부분 2006년 두바이샛 개발 때부터 함께 일을 한 엔지니어들이다. 비록 아말에 핵심 기술을 공급하지는 않았지만 쎄트렉아이가 공급한 두바이샛의 핵심 인력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은 UAE로서도 그 공을 높이 사고 있다.
전통적인 아랍국가임에도 불구하고 UAE는 여성 엔지니어와 여성 과학자들 적극 활용했다. 아말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의 34%가 여성 과학자다. 과학과 공학, 수학 분야 여성 과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UAE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UAE는 아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주요 산유국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UAE 정부는 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켰고 대학에는 물리학과를 비롯해 과학기술 관련 전공이 개설됐다.
실제로 이런 정책은 변화를 가져와 주로 비즈니스와 금융을 전공하던 학생들이 항공, 우주, 과학, 수학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거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2014년 2%에 불과했던 STEM(과학이나 기술, 공학, 수학) 분야 학부생이 12%까지 늘었다.
우주라는 이상적이면서도 과학적 산업적 가치가 높은 목표를 통해 젊은 연구자들의 진흥과 국가 산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옴란 샤라프 UAE 화성탐사계획 총괄 디렉터는 “포스트 석유 시대를 이끌 동력으로 과학 기술 분야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집약체인 우주 산업에 주목했다”며 “1억 명이 넘는 UAE 청소년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도전적인 목표를 통해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0일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우주발사체 H2A에 실려 발사된 아말은 204일간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화성으로 향했다. 화성 중력권에 들어선 아말은 델타-V 추진기 여섯 대를 27분 동안 점화해 시속 12만1000km에서 시속 1만8000km까지 속도를 줄였고, 조심스럽게 화성 궤도 진입을 시도했다.
화성에서 지구까지 신호가 전달되는 데는 11분이 걸려 아말은 화성 궤도 진입 시 지구의 원격 조종 없이 자가보정시스템을 가동해 돌발 상황을 관리하는 등 스스로 움직였다. 아말 개발과 발사, 운용 프로젝트를 총괄한 옴란 샤라프 MBRSC 에미리트화성임무(EMM) 책임자는 “아말호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힘과 압력에 노출됐다”며 “여러 도전적인 상황을 이겨내고 화성 궤도 진입이라는 엄청난 이정표를 달성했다”라고 말했다.
아말은 한국시간 10일 새벽 1시경 화성 상공 240km 궤도에 진입하며 화성 궤도 안착을 알렸다. 아말은 두달 뒤인 탐사 궤도인 화성 상공 1400km 궤도에 도달하면 최종적으로 궤도 진입에 성공하게 된다.
10일 화성에 도착한 아말은 ‘붉은 행성’으로 불리는 화성 주변 궤도를 돌면서 최초로 화성 날씨도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성 대기 아래부터 위쪽까지, 모든 위도에서 상태를 보여주는 날씨도를 제작하는 건 처음이다. 아말은 또 화성 대기가 어떻게 우주로 빠져나가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 현상은 수십억 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현재 화성을 건조하고 사람이 살기 힘든 상태를 만들었다. 아말은 7개월간 화성을 향해 항해하다가 2021년 12월2일 UAE 건국 50주년 기념일에 맞춰 분석 자료를 보낼 예정이다.
EMM 프로젝트 과학 부문을 총괄하는 헤사 알 마트루시 책임자는 “아말 탐사선은 임무를 수행하는 2년간 고유의 독특한 타원형 궤도로 움직인다”며 “이 궤도를 통해 이전에 관측된 적 없는 지역과 계절의 화성 대기를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말 탐사선은 화성 상공 2만km까지 근접했다가 4만3000km까지 멀어지는 타원 궤도를 돌도록 설계됐다.
아말이 확보한 관측 데이터는 올해 9월 처음 공개된다. UAE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이 데이터를 공유할 계획이다. EMM 프로젝트 팀은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12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UAE는 아말의 관측 데이터를 전 세계에 공유함으로써 화성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길 희망하며, 아말의 화성 탐사가 UAE의 과학 연구와 혁신 가속화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젊은 세대가 과학 분야에서 연구하고 경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현경 기자,김민수 기자 uneasy75@donga.com,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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