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김은경 전 장관 징역 2년 6개월..되살아난 '블랙리스트' 망령

임성호 2021. 2. 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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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 선고..법정구속
신미숙에겐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 선고
임원 사표 강요·내정자 부당 지원 등 인정돼

[앵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이 어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현 정부 장관 출신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는데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비판했던 현 정부에서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 셈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이번 선고 관련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임성호 기자.

우선 어제 열린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1심 선고부터 다시 짚어볼까요?

[기자]

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한 인물들을 산하 기관 임원으로 앉히려고,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임원들에게 부당하게 사표를 강요했단 의혹이 골자인데요.

이를 주도한 혐의로 현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인 김은경 전 장관과 청와대 인사수석실 소속이었던 신미숙 전 비서관이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를 맡았던 서울동부지검 한찬식 지검장과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형사6부장 등이 모두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좌천성 인사 발령 뒤 줄줄이 옷을 벗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어제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또 함께 기소된 신 전 비서관의 유죄도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하거나, 특정 내정자들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혐의 상당 부분이 인정된 겁니다.

[앵커]

검찰 기소부터 어제 1심 선고까지 거의 2년이 걸린 사건인데요.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구체적 혐의는 뭐였나요?

[기자]

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하반기 청와대와 환경부는 각기 몫을 나눠서 특정인들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정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를 강요해 이 중 13명을 물러나게 했는데요.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비서관이 이 과정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임원을 겨냥해 '표적 감사'를 벌이라는 지시도 했고, 압박감을 느낀 해당 임원은 끝내 사표를 낸 거로 드러났습니다.

김 전 장관은 이후 공석이거나 공석이 될 산하 기관 임원직에 청와대와 환경부가 정한 내정자들이 최종 후보에 들도록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환경부 공무원들을 시켜서 지원서류를 대신 꾸며주고 면접에 대비해 환경부 내부 자료와 예상 질문까지 제공했던 건데요.

그런데도 한 내정자가 탈락하는 일이 생기자, 정상적으로 전형을 진행하던 다른 서류 합격자 7명을 불합격 처리하게 하는 등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함께 기소된 신 전 비서관은 환경부 공무원들을 시켜서 임원 내정자들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 등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김 전 장관은 판결 직후 즉각 항소했다고요?

[기자]

네, 김 전 장관이 법정 구속된 이후 변호인은 법원에 바로 항소장을 냈습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재판부의 사실관계 인정과 법리 적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전 장관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습니다.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저희 취재진이 김 전 장관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분위기 잠깐 보시겠습니다.

[김은경 / 前 환경부 장관 : (표적감사 의혹 계속 제기되는데 전혀 지시하시거나 이런 사항 없으세요?) …. (청와대에서 아무런 연락 못 받으신 겁니까?) …. (앞서 본인은 인사권이 없다고 하셨잖아요.) …. (지금 채용비리 의혹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전직 장관으로서 이 정도에서 어느 정도 입장 표명을 해주셔야죠.) ….]

[김은경 / 前 환경부 장관 : (장관님, 한 층 위입니다.) 찍지 말라고!]

재판에서 김 전 장관은 자신의 행위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임원으로 배치하는 조치였을 뿐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신 전 비서관도 이번 일은 환경부 내에서 발생한 거라 자세히 모른다며, 책임을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넘기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윗선 지시나 승인 없이 이 같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며 책임 회피를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어제 선고 이후에 청와대는 아직 별다른 입장은 안 내고 있죠.

하지만 이 사건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 적이 있는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권에 비우호적이었던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하고 규제하려고 만들었던 리스트입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는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야당 지지 선언 문화인 등 문화예술계 인사 9천4백여 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이 점을 들어서,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민간인 사찰이 아니란 걸 특히 강조했습니다.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사퇴동향 문건 등은 관리·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체크리스트'일 뿐이라며,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를 현 정부 인사정책에 갖다 붙인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은 문제가 없다는 당시 청와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 됐습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처럼 대대적이고 계획적으로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낸 예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설사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명백한 위법 행위이고, 폐해가 매우 심해서 타파해야 할 행위라며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로써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장관 가운데,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맹렬히 비판해왔던 문재인 정부로서도, 도덕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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