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 가계대출 7조6000억 늘어..1월 증가폭으로는 통계 작성 후 최대
[경향신문]
주택가격 상승과 주식투자 열풍, 코로나19 생활자금 수요 등이 이어지면서 새해 첫 달 가계대출이 7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중단하면서 멈칫했던 증가세가 다시 확대된 것이다. 1월 가계대출 증가폭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9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7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5조원 불었다. 12월 증가 규모 6조3000억원보다는 적지만, 역시 1월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다만 전세자금 증가 폭은 한 달 새 2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400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도 한 달 동안 2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당국과 은행의 신용대출 집중 규제로 12월 증가폭이 4000억원까지 줄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크게 뛰었다.
1월은 연말 상여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대폭 늘었다. 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8년 2조7000억원, 2019년 1조1000억원, 2020년 3조7000억원을 나타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매 및 전세 자금 수요로 인해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지난해 말 은행들이 중단했던 주력 신용대출 취급을 일부 재개했고, 향후 규제 강화 등을 우려해서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도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1월 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98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0조원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이 한 달 새 6조6000억원 늘어 1월 기준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3조3000억원 늘었다. 윤 과장은 “기업들이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상환했다가 1월에 다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 계절적으로 1월 기업 대출이 늘어나는 모습이 일반적”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이 이어지고,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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