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방치하면 우울증 만성질환 초래..노년 삶의 질 관절 건강에 달렸다
고관절: 양반다리 자세 힘들고 '절뚝' 걸음으로 확인 가능
민족 대명절 설 연휴가 11일부터 시작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설 명절은 평소 자주 뵙지 못했던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번 설 명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부모님 댁을 방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관절건강은 노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명절, 직접 뵐 수 없는 부모님과의 안부전화로 확인해볼 수 있는 비대면 관절건강 체크법을 알아본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무릎 관절은 쓸수록 닳아 없어지는 '소모성' 조직으로 움직임이 많고, 체중의 부하를 받아 노화가 빠르고, 손상된 연골은 자연치유가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관절손상이 심각해져 움직임 등의 문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이러한 탓에 이상 징후를 빠르게 파악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 무릎을 만졌을 때 아프고, 붓고, 열감이 있는지 △ 평소 언제 무릎이 아픈지 △ 양발을 붙이고 섰을 때 무릎과 무릎 사이가 닿는지 △ 다리를 쭉 펴고 앉았을 때 무릎 뒤쪽이 바닥에 닿는지 △ 계단을 내려갈 때 손잡이를 잡고 옆이나 뒤로 내려가지 않는지 등을 통해 부모님의 무릎관절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무릎관절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연골이 노화로 닳아 관절 뼈끼리 부딪치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관절 뼈가 닿으면서 주변 조직에 자극을 주게 돼 아픈 것은 물론 무릎이 붓고, 열이 난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느껴지지만 말기에 접어들면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쑤시고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통증이 극심해진다.
다리 모양의 변화도 연골이 닳고 관절기능이 상실되면서 나타나는 퇴행성관절염의 대표 증상이다. 양발을 붙이고 섰을 때 무릎과 무릎이 닿지 않고,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남는다면 이미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진 말기로, 통증이 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앉아서 무릎을 쭉 폈을 때 무릎 뒷부분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거나 계단을 바로 내려가면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손잡이를 잡고 옆이나 뒤로 내려가는 것도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목동힘찬병원 남창현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연골 손상 초기에는 약물이나 재활치료를 하지만 관절염의 진행 정도가 심해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며 "연골이 다 닳아 없어졌을 때 시행하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인공관절 수명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65세이상 환자에게 권해지며, 최근 로봇 시스템이 접목돼 정확도가 높고 회복이 빨라 고령의 환자들도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혹시 영상통화 화면 속에서 부모님이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 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으로는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조직이 죽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와 노화로 인한 '퇴행성 고관절염'이 있다. 또한 요즘과 같은 영하의 날씨가 잦을 때는 빙판길 낙상사고로 고관절이 골절되는 큰 부상도 발생할 수 있어 "낙상 조심하시라"는 당부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님의 고관절 이상여부는 △ 양반다리가 가능한지 △ 양쪽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지 않는지 △ 걸을 때 절뚝거리지는 않는지 △ 엉덩이나 사타구니쪽이 아픈지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넓다리뼈)가 연결되는 관절로 걸어다닐 때 체중의 3배 가까운 하중을 견뎌낸다. 고관절 역시 무릎관절과 마찬가지로 노화가 진행되면서 연골이 닳는 퇴행성 관절염을 비켜갈 수 없다. 고관절은 골반 뼈 속에 공처럼 생긴 대퇴골의 골두가 맞물려져 있다. 이 대퇴골두는 다른 부위에 비해 혈액순환 장애가 쉽게 올 수 있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 부위가 썩어 괴사를 일으키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불러온다.
고관절 질환이 있으면 양반다리 자세가 힘들 수 있다. 고관절염이나 괴사로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제한되면서 양반다리처럼 허벅지가 바깥으로 벌려지는 자세를 취하게 되면 통증을 심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연골이 닳아 관절 사이 간격이 좁아지고 괴사 부위가 함몰돼 다리 길이가 짧아지게 되면 양쪽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 걸을 때 절뚝이면서 걷기도 한다. 절뚝걸음으로 걷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 부위를 덜 움직이기 때문에 근육이 약해져 허벅지 한쪽이 더 얇아지기도 한다. 주로 걸을 때 엉덩이나 사타구니 쪽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고관절과 같은 신경 줄기에 의해 연결된 무릎이나 허벅지 앞쪽까지 아플 수도 있다.
고관절 질환은 보통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 나타나지 않거나 적어 조기 발견이 어려워 방치하다 심각하게 손상된 이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초기일 경우에는 약물,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질환이 심해지면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따라 비수술, 수술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심각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하다. 고관절 인공관절수술 역시 무릎과 마찬가지로 손상된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삽입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관절질환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져 만성질환이나 우울증 등 2차 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데,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관절에 문제가 있어도 내색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자녀들이 더욱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며 "관절손상은 방치할 경우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관절건강 체크리스트를 통해 부모님의 상태를 파악하고 조기 치료로 이어지면 치료결과도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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