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열풍에, 1월 가계대출 7.6조 증가 '역대 최대'

주택자금·주식투자 등 수요 늘어
공모주 열풍에 신용대출 다시 '고개'
중기 등 기업대출도 10조 증가

시중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주택시장 비수기에도 매매·전세자금 수요가 지속돼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이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7조6천억원 늘어 전월 증가액(6조7천억원)보다 많아졌다. 1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전 최대 기록인 지난해 1월 증가액(3조7천억원)의 2배가 넘는다.

주택 관련 대출이 매매·전세자금 수요로 한 달 새 5조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2조4천억원이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은 공모주 청약 등 주식투자와 주택거래 자금 수요로 2조6천억원 늘었다. 금융당국과 은행의 집중 규제로 전월 4천억원 증가에 그쳤던 신용대출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주택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1월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올해도 작년과 같은 큰 폭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해 10~11월 늘어났던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주택대출 증가로 이어졌고, 기타대출의 경우 지난해 말 일시중단했던 은행의 신용대출이 재개되자 향후 규제 강화를 우려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별도로 집계한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지난달 가계대출은 10조1천억원 늘어 역시 전월(8조8천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기업의 은행대출도 지난달 10조원 늘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1월 증가액 기준으로 2014년 1월(10조9천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6조6천억원 늘어 1월 증가폭으로는 통계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래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은행권의 금융지원이 맞물린 결과다. 대기업 대출은 3조3천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재무건전성 지표를 맞추려 일시상환했던 자금을 다시 빌려간 것이다.

은행 수신은 지난달 12조1천억원 감소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부가가치세 납부를 위한 기업의 자금인출 등으로 14조8천억원 줄었고 정기예금에서도 가계와 지방정부 자금을 중심으로 4조4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34조3천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채권형 펀드(+4조1천억원)와 주식형펀드(+1조7천억원) 모두 자금이 들어왔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