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전광훈 도주우려 없어..수갑은 신체자유 침해"

박민기 2021. 2. 10.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광훈, 지난해 1월 인권위에 진정 접수
"변호인단 없는 상황서 양손 수갑 채워"
"그대로 언론에 노출..인격권 등 침해"
인권위 "심사 자진출석..신체자유 침해"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가 지난해 1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0.01.0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경찰이 지난해 1월 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전 목사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신체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지난해 1월 접수한 진정서를 통해 당시 영장실질심사 이후 호송 과정에서 변호인이 퇴정했음에도 경찰이 자신에게 기습적으로 수갑을 채우는 등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이후 경찰이 자신이 수갑을 찬 모습을 그대로 취재진에게 노출시킨 행위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는 진정서에서 "2019년 12월 경찰서에 자진출석해서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1월에는 자발적으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며 "하지만 심문 후 변호인단이 없는 가운데 강력히 항의를 했음에도 경찰은 '우리는 모릅니다'라면서 양손을 수갑으로 채운 뒤 유치장으로 호송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인 경찰관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제50조 제1항 등에 따라 수갑을 착용시켰고,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갑 가리개를 사용해 수갑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며 "전 목사 구속영장 신청 사유에 '도주 우려'가 포함돼 있었고,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하는 등 돌발상황도 고려해 수갑을 채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변호인이 항의하기는 했으나, 전 목사는 수갑 사용에 동의했다"며 "프라이버시 보장을 위해 수갑 가리개를 사용했고, 전 목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언론에 배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경찰은 전 목사가 주민등록주소지에서 거주하지 않고 임시거소를 마련해 생활한다는 점을 근거로 주거 불명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며 "전 목사는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동시에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로 교회 사택에서 20년째 거주 중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주거 불명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지난해 1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불법집회 주도 혐의 관련 영장이 기각된 뒤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1.02. yesphoto@newsis.com

인권위는 "전 목사는 집회 등 일정으로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자진 출석했고 수갑 착용에도 별다른 저항 없이 동의한 점을 볼 때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수갑을 착용시킨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이 자신의 인격권도 침해했다는 전 목사의 주장은 인정하기 힘들다"며 "당시 경찰은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한 보도자료 등을 배포하지 않았고, 호송 과정에서도 인격권 침해를 막기 위해 수갑 가리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신상이 노출된 것은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 속에서 전 목사가 카메라에 찍힘으로써 발생한 것"이라며 "이 같은 결과는 경찰의 통제 밖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경찰이 전 목사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문제는 그동안의 수사기관 관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고, 이 사건 피진정인들에게 개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청장 등에게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전 목사는 지난 2019년 10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불법 집회를 주도하는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당시 집회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국민투쟁본부) 회원 46명이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단체 차원의 주도 및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 뒤 전 목사 등 범국민투쟁본부 지도부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당시 "범죄 혐의 관련 집회 현장에서의 피의자의 구체적 지시 및 관여 정도, 수사 경과 및 증거 수집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