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탄핵심판 본격 돌입..트럼프 정치 재기 싹 잘리나(종합)
공화당 6명 반란표..탄핵안 최종 부결 가능성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이 본격 시작됐다.
9일(현지시간) 상원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심판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가 표결에 부쳐졌고 합헌 56표, 위헌 44표로 합헌이 결정되면서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심리에 돌입했다.
표결에 앞서 탄핵 심판 절차는 9일 오후 1시 정각 개시됐다. 민주당은 탄핵심판이 개시되자마자 지난달 6일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증거 자료로 내보였다.
이 영상에는 지난달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당 인근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지옥에 온 것처럼 싸우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지지자들은 의사당으로 몰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인증 작업을 하고 있던 의회에 난입한다. 이들이 친트럼프 구호를 외치며 문을 부수고, 경찰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공화당 6명 반란표=하원의 탄핵소추위원단 수장인 민주당의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이게 탄핵 사유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이것이 미국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변호인단 측의 브루스 캐스터 변호사는 의회 난동 사건은 강력히 비난받을 만한 사안이긴 하지만 그 책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소규모 범죄자 그룹에 있다"고 주장했다.
약 4시간에 걸친 공방 끝에 상원은 탄핵심판의 합헌 여부를 묻는 표결을 열고 56대 44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6명이 합헌을 선택했다.
◇탄핵안 최종 부결 가능성=이에 따라 10일부터는 검사 역할을 맡게 될 민주당 소속의 하원 탄핵소추위원과 트럼프 변호인 간 공방이 펼쳐질 예정이다. 양측은 각각 16시간의 변론 기회를 얻어 토론을 진행한다. 이번 탄핵심판은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선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유죄 판결을 위해선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최소 3분의2인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즉 민주·공화당이 각각 50석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공화당의 표 최소 17표가 이탈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헌 여부 표결에서 공화당 이탈표가 6표에 그쳤기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자체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공화당 의원 44명이 트럼프의 유죄를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탄핵 놓고 공화당 분열 양상=트럼프의 변호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쇼언 변호사는 탄핵심판의 합헌 표결 직후 "이 재판이 나라를 분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에 표심 때문에라도 이번 탄핵 심판에서 트럼프의 무죄를 주장하는 공화당 의원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내에선 탄핵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을 둘러싸고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3일엔 공화당 하원의원 서열 3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탄핵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리즈 체니(와이오밍) 하원의원의 당 간부직 해임 여부를 두고 하원 공화당에서 표결이 진행됐다. 해임은 부결됐지만 30% 가량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돼 당내 분열을 드러냈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달 6일 상원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을 저지하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경찰관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이를 선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헌법상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중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공직 출마 막을 수 있나=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퇴임한 상태에서 탄핵 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향후 그의 공직 출마를 막기 위한 의미가 크다. 마크 그레이버 메릴랜드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 절차의 유일한 논점은 향후 공직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상원의 단순 과반 표결로 향후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무죄 여부와는 관련 없이 그의 공직 출마를 막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민주당 내부에서 대두되고 있다. 다만 이는 전례가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폴 캄포스 콜로라대도 헌법학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 재판을 할지 여부는 상원의 자유재량에 달려있다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하고 있다"며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 여부를 묻는 표결이 열릴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브라이언 칼트 미시건주립대 법학교수는 자격박탈을 위해선 먼저 유죄판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브루스 애커먼 예일대 법학교수와 제럴드 말리오카 인디애나대 법학교수는 최근 WP 기고문에서 수정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헌법에 대치되는 반란 또는 내란에 관여한 사람"은 연방 관직을 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원래 남북전쟁에 가담했던 남부군이 전후 공직을 맡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872년 의회가 사면법을 통과시키면서 이들의 공직 출마는 다시 허용됐지만 이 헌법 조항은 여전히 남아있다.
애커먼 교수와 말리오카 교수는 상·하 양원에서 단순 과반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란 또는 내란에 관여했다"고 찬성하면 향후 공직 출마를 금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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