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때, 이성윤 반부패부가 계속 재검토 요구"

양은경 기자 2021. 2. 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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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사 검사 밝혀.. "직권남용 되겠냐"며 법리검토 하라 해 ..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실형선고를 받고 구속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부는 정권 코드에 맞춘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 ‘중대한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항햔 수사였던 만큼 수사의 후폭풍도 컸다. 한찬식 동부지검장, 권순철 차장, 주진우 부장검사가 모두 인사불이익을 받거나 승진하지 못하고 검찰을 떠났다.

수사 과정에서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주임검사격이던 주진우 부장검사(현 변호사)는 10일 본지 통화에서 “대검찰청이 법리검토를 엄청 많이 시켰다”고 했다. 그는 “(법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과도하면 수사 속도가 떨어진다”고도 했다.

대검 반부패부는 당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총장 직속 부서였다.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그는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과 관련해 2019년 6월 안양지청에 수사중단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발돼 있기도 하다.

◇”정권수사 할때만 까다롭게 하나” 하는 생각도

수사가 진행중인 2019년 3월에도 신경전이 있었다. 동부지검 수사팀은 환경부가 산하기관 전 정권 인사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걸어 사퇴를 종용한 것은 청와대에 의한 직권남용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팀은 “관련 물증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대검 반부패부는 “현재까지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수사가 청와대로 뻗어 나갈 만큼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 변호사는 “예를 들어 일괄사표 요구가 직권남용이 되느냐를 두고도 대검과 수사팀이 이견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정권 수사 할 때만 법리적으로 까다롭게 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며 “동료 검사들끼리 ‘언제부터 대검이 법리검토를 그렇게 열심히 했나’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괄사표 요구는 이번 판결에서 ‘직권남용’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환경부장관이 공무원들을 시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임기와 실적에 관계 없이 사표를 내게 한 행위는 임원들에 대한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다만 주 변호사는 “결국 수사팀 뜻대로 공소제기가 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검에 의한 수사방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채용비리' 나오자 수사 속도..법리검토 요구 줄어

그는 청와대 수사가 신미숙 전 비서관 윗선으로 확대되지 않은 데 대해 “신 전 비서관이 아예 범행을 부인했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에 따라 청와대 압수수색은 물론 조현옥 전 인사수석에 대한 소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9일 신 전 비서관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에서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피고인의 지위에 비춰 내정자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 결정을 하는 것은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 등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했다. 신 전 비서관 ‘윗선’ 의 관여를 암시한 것이다.

미적대던 수사가 속도를 낸 것은 사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적나라한 수준의 ‘채용비리’덕이었다. 청와대와 환경부가 낙점한 인사를 산하기관에 ‘꽂기’위해 환경부 공무원들이 내정자들에게 면접 예상질문까지 제공했다는 자료가 나오자 대검의 ‘법리검토’ 요구가 줄었다고 한다. 청와대 낙점 인사가 서류심사에서 떨어지자 다른 합격자들까지 떨어뜨리고, 인사담당자를 문책한 행위는 결국 김 전 장관의 실형선고로까지 이어졌다.

주 변호사는 “공공기관 기관장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법률이 제정됐음에도 전(前) 정권 인사들을 내몰기 위해 예외없이 사표를 강요하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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