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의용 취임에도 "달라질 것 없다"..'강대강' 대치 예고
극우 진영에선 "反日대사 강창일 '보이콧'하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외교부 '정의용'호 출범 이후에도 한일관계는 여전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일본 정부가 '한국의 외교부 장관 교체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는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내에선 최근 부임한 강창일 주일대사에 대한 '보이콧' 요구도 계속되고 있어 '지일파' 대사 파견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던 우리 정부의 노력도 이대로 가다간 벽에 부딪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日외무상 "한일은 중요한 이웃나라지만…" 한국에 '해결' 책임 떠넘겨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9일 기자회견에서 정 장관 취임과 관련해 '한일관계가 위안부·징용문제로 위축된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한일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나라"라면서도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간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장관이 바뀌어도 그 입장엔 달라질 게 없다"고 답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최근 수년간 한국에 의한 국제약속 파기, 양국 간 합의가 실시되지 않은 것 등으로 한일관계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하는 가운데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한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테기 외무상이 언급한 한국의 '약속 파기'란 일본 정부·기업에 대한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을 통해 한일 양국 및 그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모든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 내 관련 피해자들의 제소와 법원 판결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통해서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우리 법원의 관련 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韓 "사법부 판단 존중" 기조 속 '한일관계 개선' 美압박에 고심
우리 정부는 원칙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징용 피해배상 판결 이후 수출규제 강화와 같은 일본발 보복조치가 이어지면서 양국 국민 간 갈등의 골마저 깊어진 데다 최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며 사실상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어떻게든 그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위시한 현재 미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인사들의 경우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합의가 성사되는 과정에도 일정 부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경우 앞선 2016년 1월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NHK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내 위안부 '반대' 여론에 대한 질문에 "우린 모든 사람이 양국 합의를 지지하고, 합의 정신에 기초해 행동하길 바란다"고 답했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같은 해 8월 보도된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한일위안부합의 당시 자신이 양국 사이에서 "결혼생활을 복원시키는 이혼상담사(divorce counselor)" 같은 역할을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안부합의 당시 부통령이었다.
결국 일본 정부가 한일 갈등의 해법을 계속 '한국 몫'으로 돌리고 있는 바탕엔 "미국도 한국에 약속·합의 준수를 요구할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도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탓인지 9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일관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스가 정권, 보수 진영 반발+지지율 하락에 한국에 더 강경해질 듯"
이런 가운데 일본 내 극우 보수 진영에선 한국을 향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재차 커지고 있는 상황.
극우 논객인 고모리 요시히사 레이타쿠대 특별교수(산케이신문 워싱턴 주재 객원특파원)는 10일 온라인매체 JB프레스에 기고한 '외무성은 반일 한국대사를 왜 받아들였는가'란 칼럼에서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에게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내준 정부 당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고모리는 이 칼럼에서 "강씨는 한일의원연맹 명예회장이기도 하지만 종종 일본을 부당하게 규탄 또는 비방해왔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아베 신조 정권을 '어리석다' '유치하다'고 몰아붙인 적이 있다"며 "(강 대사가 외교활동을 시작하더라도) 욕을 호되게 먹은 일본 측은 '보이콧'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일본에 부임한 강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2주 간의 자가 격리를 거쳐 9일 주일대사관에서 한국특파원들을 만나는 등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을 향한 극우 진영의 반발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아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숙 탓에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시선 분산 차원에서라도 "스가 정권이 계속 한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일 것"(이영채 게이센여학원대 교수)으로 전망하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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