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입맛 맞는 사람 뽑기 위한 거대한 '채용쇼'"

블랙리스트 수사 후 좌천당한

주진우 前 동부지검 부장검사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한 거대한 ‘채용 쇼’가 앞으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10일 주진우(사진) 전 동부지검 형사6부장(현 변호사)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전날 법원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징역 2년 6월 및 법정구속 선고에 대한 심경을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재판에 넘긴 이후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하고 검찰을 떠났다.

주 변호사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미 내정된 사람을 뽑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고 (채용) 희망을 품은 지원자와 공무원, 교수들이 동원되는 촌극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 2019년 8월 중간간부 정기인사에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났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이다. 전임자 사례에 비춰보면 누가 봐도 좌천성 인사였다. 주 변호사는 인사 발표 다음날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검찰을 떠난 이유에 대해 주 변호사는 “저에 대한 인사를 납득하지 못해 떠난 것이 맞다”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아 저는 시스템 아래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좌천성 인사가 나왔다”며 “결국 위에선 제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는 믿음, 능력·실력·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와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직관이 흔들리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게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었다.

주 변호사는 전날 법원 판결을 보면서 비슷한 유형의 범죄에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위선적 현실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무죄가 날 수도 있고, 유죄가 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는 ‘절차적 동일성’”이라며 “문재인 정부든 박근혜 정부든 검찰의 수사나 방법, 적용 법리와 법적 판단은 동일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를 들면서 검찰이 항상 절차적 동일성을 지켰냐고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그러지 말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