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환영, 서울역 반발..쪽방촌 개발, 반응 다른 결정적 이유
정부가 추진하는 역세권 쪽방촌 개발이 지역별로 큰 온도차를 보인다.
노후화 된 쪽방촌을 재개발해 주택과 상업시설로 복합개발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그러나 앞서 추진한 대전역 부지에선 큰 반발없이 무난하게 사업이 진행됐고, 최근 개발계획을 공개한 서울역 인근 부지는 토지주들이 '결사반대' 입장을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토지 지분 구조와 용도 등 사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전역 쪽방촌은 개발부지 면적 2만6000㎡ 중 약 44%인 1만1400㎡가 철도공사, 철도공단, 대전시 등이 보유한 공공부지였다. 나머지 부지는 민간 토지주가 보유한 사유지이나 용도가 '공업지역'으로 주택 개발이 어려웠다.
공공부지 비중이 높아 이해관계자 수가 적었고, 개발을 통해 이전에는 짓기 어려웠던 주택과 상업시설 공급이 가능해져 토지주들도 큰 반대없이 수용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역 쪽방촌 부지는 상황이 다르다. 4만7000㎡ 부지 대부분이 민간 소유인 데다, 토지 용도가 주거지역으로 공공주도가 아닌 민간 개발을 통해서도 주택공급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개발 진행이 더뎠던 이유는 쪽방촌 주민들의 이주 문제가 가장 컸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쪽방촌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이주계획에 차질이 생겨 사업이 장기 지연된 곳"이라며 "공공주도 개발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오정자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는 "다른 재개발, 재건축 지역은 토지건물 소유주의 선택에 따라 지정된 동의율이 충족돼야 나머지는 현금청산하게 되는데, 이 경우(공공주택특별법 적용) 동의율 필요없이 개인들의 사유재산을 사실상 대규모 강제 수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보도자료에 "토지와 건물 소유주들에게 '정당보상'하겠다"고 쓴 표현과 관련해서 그는 "이는 정부가 지정한 토지를 의견 청취일에 가장 가까운 시점의 공시지가 금액에 의거해 현금청산 후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개발계획을 공개한 영등포역 쪽방촌 부지도 토지보상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부지 1만㎡ 중 소규모 공용시설을 뺀 대부분이 민간 소유 토지여서다. 이곳도 개발계획 발표 후 토지주들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물건조사를 거부해 사업 일정이 지연됐다.
해당 부지는 진통 끝에 지난 5일 보상 협의를 위한 감정평가법인 선정계획이 공고됐다. 계획 발표 1년이 지나서야 토지보상을 위한 첫 단추를 꿴 셈이다. 당초 목표한 2023년 입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정부가 서울역 개발계획 발표 전에 주민 협의를 하지 않은 이유는 공공주택특별법 9조 1항에 규정된 비밀유지 조항 때문이다. 개발계획이 미리 알려지면 투기를 조장할 수 있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뒤 주민 공람을 허용하는 취지인데, 지역 특성에 따라 주민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
이 법은 원래 대규모 신도시를 개발할 때 활용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현재 개발계획이 추진 중인 3기 신도시도 이 법을 적용받았다. 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토지 소유자들은 감정평가액만 보상받고 토지 소유권을 공공에 넘겨야 한다.
신도시 외에는 개발이 어려운 외곽지역과 달리 도심 민간 부지는 공공이 개입하지 않아도 사업성이 충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을 확대 적용하면 과도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익을 이유로 정부에 이런 권한을 주는 법안을 만든 나라는 선진국 중에서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서울역 쪽방촌 프로젝트는 2·4 공급대책 이전에 결정된 것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향후 공공주도 개발 사업지에 모두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한다는 해석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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