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코로나 백신 접종 받아도 될까?

[사진=Prostock-Studio/gettyimagesbank]

- 임신부 대상 임상 데이터 불충분

- 美 산부인과 의사들 "임신부도 접종 받아야"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지 가장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임신부들이다.

임신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임신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위·중증 상태에 이르면 조산이나 유산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렇다고 백신을 접종 받자니, 아직 임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임신부들이 백신 접종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가운데, 최근 미국 산부인과 전문의 2명이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을 통해 임신부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글을 공개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에밀리 H. 아드히카리 박사와 캐서린 Y. 스퐁 박사는 mRNA 백신의 과학적 원리,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데이터, 임신부 백신 접종의 역사 등은 코로나19 백신이 가져올 잠재적 혜택을 보여주는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와 백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임신 기간 접종을 통해 임신부와 태아 모두의 감염 위험을 낮추고 있다. 임신부가 백일해 백신을 접종 받으면, 향후 태어난 아기는 아이들에게 특히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인 백일해에 대해 85% 예방 효과를 얻게 된다. 또한, 인플루엔자 백신은 임신부와 태아의 인플루엔자 감염 위험을 20~30% 떨어뜨린다.

코로나19 백신은 임신부와 태아에게 어느 정도의 예방효과가 있을지 아직 수치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임신부 대상 임상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산부인과 전문의는 코로나19 백신 또한 기존 백신들과 마찬가지로 임신부와 태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현재까지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은 임신부를 배제했다. 임신부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한 데이터가 없는 만큼, 각 나라의 보건당국과 전문기관 등은 임신부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미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임신부와 태아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데이터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신부와 태아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현재는 비임신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와 백신의 과학적 원리 등을 기반으로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적 책임 등의 이슈로 임상 현장에서 임신부 대상 접종을 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발생 가능한 심각한 문제를 고려한다면,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와 모계태아의학학회(SMFM) 등이 임신부와 수유 여성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을 임신부에게 접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임상 데이터가 불충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3일 뒤에는 임신부 접종에 대해 보다 관대한 표현으로 권고 지침을 변경했다.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거나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임신부 여성은 주치의와 상의해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드히카리 박사는 자신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을 받으러 오는 임신부가 있다면, 그 임신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드히카리 박사는 앞선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임신 여성의 5%가 조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아직 임상 데이터가 없는 만큼, 말 한 마디에 큰 책임이 부여되는 보건당국이나 전문기관 등은 임신부에 대한 접종 권고를 내리기 어렵다. 백신 개발 제약사들이 임신부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건강한 임신부들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백신 자체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임상 데이터가 없어 접종이 권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호흡기관에 문제가 있는 등 코로나19 감염 시 위중한 상황에 이르기 쉬운 임신부는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접종 여부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조언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