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 비트코인 사들인 테슬라..결제수단 가능할까 [머스크發 비트코인 광풍]

2021. 2.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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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인플레 대비 현금가치 위험회피 투자
금보다 상대적으로 희소성..비트코인 선택
테슬라, 플랫폼 기업 확장..비트코인 활용
전문가 "가격 변동성 문제해결이 결제 관건"
"보수적인 기업들 '제2의 테슬라' 어려울 것"

지난 9일 테슬라가 15억달러치(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이 비트코인으로 자사 차량 결제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한 소식의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왜 대량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일까. 그리고 과연 이것이 공식 결제수단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高희소성’ 비트코인 베팅=일단 머스크의 비트코인 베팅을 투자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금가치의 급격환 훼손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차원이란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비싸질대로 비싸진 금보단 아직 상방으로 가격 열려있고, 2040년까지 2100만개로 채굴량이 정해져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더 높은 비트코인을 선택했단 분석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엘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에 대해 “투자자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번 소식으로 디지털 화폐가 미래가치 저장소와 결제 수단의 역할을 확고히 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빅피쳐·주의분산 해석도=일각에선 머스크의 이번 선택이 단순 투자목적을 넘어 테슬라가 플랫폼 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큰 그림 그리기’란 주장도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머스크는 테슬라 뿐 아니라 스타링크 사업을 진행하며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며 “플랫폼을 연결해주는 결제시스템의 중추를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진 않았을 것이고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과정에서 금융서비스 분야의 비트코인 활용을 염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링크는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의 위성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다.

머스크의 이번 결정이 주의를 흐트러뜨리려는 ‘쇼잉’의 포석이 깔려있단 부정적 시선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한 마이클 버리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은 중국 당국의 규제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분산하려는 목적이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테슬라를 대상으로 법규 준수와 내부 관리 강화에 대한 강한 질책을 했다. 버리는 테슬라 주가가 한창 랠리를 펼쳤던 작년 12월 테슬라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선언한 바 있다.

▶“보수적인 기업들, ‘제2의 테슬라’ 어려울 것”=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여전히 과도하기 때문에 테슬라의 길을 추종하는 기업들이 많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트조글루 JP모건 체이스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 서한을 통해 “주요 기업들의 재무책임자들이 테슬라의 길을 따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라며 “다른 대기업들이 테슬라의 결정을 모방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 투자회사 트레저리 파트너스의 제리 클레인 디텍터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들의 현금을 품질이 우수하고 단기의 고정수익이 보장되는 증권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같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결제는 어떻게?=한편, 향후 테슬라가 채택할 비트코인 결제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가들을 인용해 테슬라가 제3의 중개 기관을 통해 소비자의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거나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2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현재 시스템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는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는 중개 업체를 끼는 것이다. 이는 고객이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비트코인을 꺼내 제3의 결제기관에서 달러로 전환한 뒤 테슬라 차를 사는 방식이다. AT&T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이미 중개업체 ‘비트페이’를 중간에 두고 비트코인 대금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테슬라가 중개 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머스크가 비트코인 투자에 의욕을 보이는 데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기술적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비트코인 자체의 가치 변동성에 있다. 비트코인이 안정된 가치를 가진 화폐로서 작동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재 시장 참가자들 대다수는 비트코인을 투자 상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가격 급등락 등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비트코인 결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테슬라 이전에도 비트코인으로 차를 결제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의 기아차 딜러 크리스토퍼 바샤는 2015년부터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엔 수요가 전무했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2017년 처음으로 고객 한 명이 비트코인으로 15만달러가 넘는 기아차 네 대를 구입비용을 결제했다. 바샤는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고려, 수령 즉시 현금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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