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이기 전에 아빠로서 분노..국가차원 조사로 피해자 보상해 줘야"

김은성 기자 2021. 2. 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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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변호사가 '유해물질 아기욕조' 공익소송

[경향신문]

이승익 변호사 제공
개인이 유해성 입증에 한계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 신청
KC 인증 허점도 보완해야

“제가 산 욕조에서 아기를 매일 목욕시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준치의 612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환경호르몬)가 검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변호사이기 전에 아빠로서 분노가 일었고 나중엔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몸담고 있는 이승익 변호사(33·사진)가 무료로 아기용 욕조 구매·사용 피해자들을 대리해 공익소송에 나선 이유다. 지난해 말 산업부는 ‘국민 아기욕조’로 불리며 인기리에 판매된 ‘물빠짐 아기욕조’에 대해 다량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며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 욕조를 사용한 후 각종 피부질환과 신우염 등 신장질환을 호소하는 아기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라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3000여명을 대리해 제조사와 유통사를 어린이제품안전 특별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변호사는 10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신우염에 걸린 아기들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수많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그 증상이 아기욕조 사용으로 인한 것임을 개인이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조사해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도 신청했다. 소비자원에서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아기욕조 사용과 피해 증상 간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손해배상을 논의하는 소비자분쟁조정 절차도 개시된다. ‘물빠짐 아기욕조’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장시간 노출 시 간 손상과 생식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이 욕조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표시돼 판매됐다. 이 변호사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서 유사 사건이 반복되는 데는 정부가 제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책임도 있다”며 “현행 KC 제도는 중간에 원료나 소재가 변경되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만큼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KC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유사한 유해물질 피해 사건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법률상 인과관계 입증 부분과 시민들이 느끼는 괴리감에 대해서도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을 움직이려면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은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아 만족할 만한 보상을 얻어내기 어려워 피해자들로부터 비용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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