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데..현금 필요없어" 코로나시대 돈의 굴욕
한은, 연휴 전 화폐공급 15% 줄어
"코로나에 돈 만지기 싫어"
불타 없앤 화폐는 11년만에 최대
현금 대체할 디지털화폐 도입논의도
코로나19 사태 설 연휴를 맞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대면접촉이 줄자 현금 거래가 뚝 끊겼다.
세뱃돈 수요가 몰리는 설 연휴는 전통적으로 '현금 대목'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사람간 접촉이 줄며 연휴 전 한국은행 화폐 공급 규모가 15% 넘게 급감했다.
시중에서 외면당하는 현금의 굴욕은 이 뿐 아니다. 헌 돈은 왠만하면 버리자는 흐름이 강해졌고 코로나19 타격에 경기 불확실성 커지자 금고 속에 돈이 갇히는 사례도 급증했다. 코로나19 시대 돈이 돌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설 연휴 전 10영업일(1월28일~2월10일)간 한은이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는 4조 74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14억원(15.7%) 급감했다.
통상 한은은 설 연휴 전 평균 5조 5000억원 어치 돈을 은행권에 공급했지만 올해는 '빳빳한 새 돈'을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한은은 "연휴 기간 거리두기 차원에서 고향 방문 자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 조치가 이뤄지며 화폐 순발행액이 전년 대비 줄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에 현금기피 현상 팽배
세뱃돈 위상만 추락한게 아니다. 코로나19에 대면접촉 불안감이 커지며 지폐 거래가 줄자 한은으로 되돌아온 현금도 크게 감소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24.2%로 2009년 화폐 첫 발행(7.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에 현금이 오고갈 만한 대면 거래가 깊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자영업 중에서도 숙박·음식업은 매출액 중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8.6%로 제조업(2.2%), 건설업(0.9%) 등 다른 업종에 많다. 대면 거래를 많이 하는 자영업자 경영이 어려워지며 현금 거래가 위축됐고, 환수율도 떨어진 것이다.
폐기되는 돈도 늘었다. 지난해 폐기 처리된 손상화폐는 전년 대비 220만장 불어난 6억 4260만장(4조 7644억원)으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폐기 물량이 가장 많았던 만원권의 경우 유통 수명이 다가온데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상화폐를 적극적으로 폐기하는 흐름이 겹치며 폐기량이 23.9%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헌 돈을 새 돈으로 바꿔가는 흐름 역시 강해졌다. 지난해 한은 화폐 교환 창구에서는 손상화폐 4720만장(1069억원)이 교환돼 전년 대비 물량이 48.4%나 급증했다. 대면 소비가 줄자 역설적으로 국내 지폐 수명은 3~12개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대체"...디지털화폐 추진
최근에는 아예 현금을 대체할 디지털화폐를 도입하자는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한은은 연말까지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시범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화폐는 쉽게 말해 한은이 법률에 근거해 공식적으로 찍어내는 비트코인 같은 돈이다. 다만 물질적인 형태를 띄지 않고 전자적인 형태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지폐, 동전을 통하지 않고도 전자 거래로 돈이 오가는 풍경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한은은 최근 디지털화폐과 관련한 법리적 검토 용역보고서를 발주하며 새로운 화폐 도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해 가상환경에서테스트를 계획대로 수행할 것"이라며 "관련 법률과 제도 정비 방안도 선제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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