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용한 사람은 의심치 말라"..문 대통령 용인술 '양날의 칼'

2021. 2. 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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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홍남기에 거듭 재신임
김상조 사의 반려 결정과 같은 궤
'믿음의 용인술' 정책 추진엔 장점
우리편만 보고 가는 우 범할수도

‘의인막용(疑人莫用)하고 용인물의(用人勿疑)하라’ ‘의심가는 사람은 쓰지말고 쓰는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고전 열국지의 ‘제환공-관중’편에 등장하는 고사다. 제나라의 왕이 된 환공은 자신을 죽이려한 관중을 기용했고 그를 끝까지 신뢰했다. 관중에 대한 환공의 ‘신뢰’는 제나라를 전성기로 이끌게 된다.

문재인(사진) 정부 출범 원년 취임 장관인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재임기간 3년 8개월이라는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우며 최근 퇴임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재임기간이 3년 5개월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장관은 당정갈등의 당사자가 되면서 사의까지 표명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거듭 재신임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해말 사의를 표명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유임 결정과 궤를 같이한다. 관료들의 인사정책은 환공의 용인술에 버금간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로 압축되고 있는 당내 대권 구도에 대해서는 각 주자의 주장과 정책을 ‘어르고 달래는’ 식으로 좋은 점을 가려 부각시키며 어느 한 편만으로 힘을 쏠리지 않게 경쟁을 붙이고 있다. 조선시대의 황희 정승 고사를 인용하자면 “네 말이 옳다, 네 말도 옳다”는 양시론격이다.

설 연휴를 즈음으로 차기 대선(2022년 3월 9일)은 약 13개월, 문 정부의 임기 만료(2022년 5월 10일)은 15개월 남게 됐다. 문 대통령의 ‘용인술’이 대선과 임기말이 겹치는 내년 상반기까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해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의 ‘선방’에 대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며 전례 없는 정책적 수단으로 경제위기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한 결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4차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빚어진 당정 갈등속에 나왔다. 선별, 보편 방식으로 함께 지급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홍 부총리가 난색을 표하자 당내 일각에서 “사퇴하라”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온 상황에서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 대해 신뢰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놓고 벌인 민주당과 설전이 논란이 되자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즉각 이를 반려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사의표명에도 유임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참모들이 여론에 따라 좌고우면 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일을 할 수 있다”며 “또한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업무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용은 ‘우리 편만 보고 가는 우(愚)’를 범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과의 협치도 힘들어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역시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믿어야 한다”며 “사람을 무조건 믿는 국정운영은 자기 편이 아닌 다른 쪽의 의견에 대해 배타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 중 각 대권주자의 정책에 대한 수용 여부와 사실상의 ‘논평’도 문재인식(式) 용인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대표의 주장 중에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수용하지 않았고, 이익공유제는 적극 힘을 실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선 이재명 지사의 4차재난지원금 보편지급 주장에 대해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거리를 두면서서도 “지자체(경기도)에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양시론·양비론이나 중립적인 태도에 대해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음으로써 국정 혼란이나 국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적 지적도 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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