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실직인구 사상 첫 300만명 돌파..정부는 '땜질식 공공 알바'만 양산

세종=최효정 기자 2021. 2. 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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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활동인구 IMF 이후 역대 최대
‘쉬었음’ + ‘구직단념자’ 349만명…300만명 돌파는 최초
청년층 만성실업 심각한데 정부는 ‘땜질 처방’만

지난달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가 IMF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9년 이후 역대 규모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고용한파가 지속되자 취직을 포기한 만성적 실업인구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특히 사회진입계층인 20대 청년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기업이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청년층 일자리가 많은 대면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취업기회를 상실한 ‘코로나 세대’ 등장이 경제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수있다고 경고한다. 노동시장에 제 때 진입하지 못해 경력을 쌓지 못하고 각종 사회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는 계층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현상을 해결할 정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단순히 취업자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는 ‘공공 일자리’ 정책 등 헛발질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 '일이 온다넷(NET)'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대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비경제활동인구 IMF 이후 최대·‘쉬었음’ 역대 최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758만명으로 전월 대비 86만7000명 증가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가 덮친 지난 1999년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할 의사가 없이 쉬고 있는 사람들로, 전업주부, 연로자, 취업준비생, 진학 준비자, 구직 포기자 등이 속한다. 부문별로 보면, 가사(42만8000명, 7.2%), 쉬었음(37만9000명, 16.2%) 등에서 증가했고, 육아(-4만 1천명, -3.4%) 등에서 감소했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도 37만9000명 늘어 27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를 작성한 2003년 1월 이후 역대 최대다. 쉬었음 인구는 전세대에서 증가했지만 특히 20대 청년층에서 10만5000명(29.4%) 늘며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30대는 7만1000명(33.9%) 늘었다. 40대는 4만1000명(16.2%), 50대는 3000명(0.6%), 60세 이상은 15만2000명(15%)씩 늘어났다.

구직단념자도 77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3만3000명 늘었다. 만성적인 실직 인구라고 볼 수있는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를 더한 숫자는 역대 최초로 300만명을 돌파했다. 쉬었음과 구직단념을 합한 인구는 2014년 184만9000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237만9000명으로 증가했고, 2019년 262만5000명으로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0만명 가량 급증했다. 다만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 인구 중에서는 일부 중복이 있을 수 있다.

◇기업 채용중단, 자영업자 ’알바’자르기에 신음하는 청춘

사회진입층인 20대 청년층의 타격이 가장 큰 것은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고, 단기 ‘알바’ 일자리를 제공하던 대면서비스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고용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5만8000명(-10.9%), 무급가족종사자는 9만6000명(-10.0%) 각각 줄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3만2000명(0.8%) 늘었다. 이같은 여파로 취업자가 대폭 감소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유입되며 청년층(15~29세) 고용률(21.1%)은 전년 대비 하락(-2.9%p)하고, 실업률(9.5%) 역시 지난해(7.7%)보다 늘었다.

문제는 기업들의 신규채용 축소가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신규취업자들의 채용이 1년 이상 지연된 상태에서 이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크루트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지난해 71.7%가 신규채용을 확정했다고 응답했지만 올해는 56.2%만 신규채용을 확정했다고 응답했고, 중견기업 역시 46.8%에서 43.4%로 채용을 확정했다는 비율이 줄었다.

연례행사였던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개채용은 점차 폐지되고 있다. 이미 LG전자 등 수많은 기업이 지난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으로 채용제도를 바꿨다. 청년층을 대량 흡수하던 공채 제도가 사라지고 수시·상시화되면 ‘좋은 일자리’의 문이 대폭 좁아지며 ‘장수 취준생’ 등을 대거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필수 조직과 필수 인력 가용의 효율성을 학습한 것"며 "대규모 공채보다는 상시채용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신입보다 경력을 가진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 이로인해 코로나 세대의 고용 체감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 원하는 청년층에, 정부 ‘공공 인턴 일자리’만 강요

전문가들은 취업기회를 상실한 ‘코로나 세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의 활력을 지원해 고용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기에 ‘만성적인 실업’을 겪고 사회에서 도태될 경우 수십년에 걸쳐 우리 경제에 장기적인 상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취업자 숫자를 늘리기 위한 공공부문의 아르바이트식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다. 노동시장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실업률 등 구멍난 ‘숫자’를 메꾸기 위한 땜질만 하며 헛발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층은 안정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원하며 노력하는데 정부는 단기 공공일자리를 내놓고 "기회를 줬다"는 식이다.

공기업 정규직화 등 청년층의 진입을 막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공기업의 과도한 정규직화 바람의 부작용으로 올해 공기업 채용 규모는 지난해 절반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과잉보호에 따른 경직화로 한쪽에서는 취업 의지조차 상실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과거 발표한 취업자 숫자 채우기식 정책만 반복하고 있다. 취업자가 98만명 이상 급감하고, 실업자가 157만명으로 폭증한 1월 고용동향에 대해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분기 중 90만개 이상의 중앙정부·지자체 직접일자리를 신속히 공급해 부족한 시장일자리를 보완하겠다"면서 수차례 언급한 바 있는 땜질식 처방만 반복적으로 외쳤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 만드는 것은 숫자를 채우기 위한 것이지 노동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젊은층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나오려면 경제가 성장해야하는데 기업에 세금을 걷어서 활력을 죽이고 그 돈으로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식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하지말했어야 할 정책을 하고 있다. 오히려 차라리 내버려뒀으면 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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