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마다 결이 다른 與 '언론개혁입법' 비판

노지민 기자 2021. 2. 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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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취지 공감해도…모호한 개념 및 과잉규제 우려
유시민·김어준·윤준병 등 '내로남불' 사례로 언급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언론개혁 입법'으로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언론·포털도 포함하기로 했다. 2월 안에 관련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입법 방침에 제1야당은 물론, 언론개혁을 요구해온 언론·시민단체 진영도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가 가리키는 방향은 다르다. 관련 소식을 다룬 주요 일간지의 기사에도 이런 차이가 담겼다.

애초 민주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1인미디어·SNS 등 정보통신망 '이용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윤영찬 의원도 언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미디어·상생TF단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9일 회의를 마친 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기존 언론도 포함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2월10일자 한국일보 10면 기사와 한겨레 사설(왼쪽부터)

모호한 '허위사실'…'과잉규제' 지적도

관련한 우려 중 하나는 흔히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사실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 언론자유 침해 없도록 해야)에서 “문제는 가짜뉴스 개념이 모호한 탓에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가 가짜뉴스로 치부될 수 있는 점”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대응 실패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당시 보수정부는 가짜뉴스라고 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집권여당이 기성언론과 포털을 징벌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한 것은 언론 장악 시비도 일으킬 수 있다. '가짜뉴스 징벌법'이 없는 지금도 허위사실 유포는 처벌 대상”이라며 “가짜뉴스는 피해가 크므로 제어할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가짜뉴스 공격이 언로를 막고,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가벼이 봐선 안 된다. 가짜뉴스 여부를 가리는 엄격한 검증 장치와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대책이 수반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언론 과잉규제·이중처벌 소지, 신중한 논의 거쳐야” 커지는 우려)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인 가짜뉴스의 개념이 모호한 것도 문제”라며 “가짜뉴스를 정의할 수 없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문이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가 없고 결국 다 위헌이 난다”(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교수)는 견해를 전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이 신문에 “기본권과 관련된 언론에 대한 제도는 공권력 개입을 자제하고, 깊이 있는 여론 수렴과 논의를 거쳐야지 선거 임박해서 선거법 고치듯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입법취지 공감해도 '보완책 필요' 지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행 법체계상 '과잉 규제'인 데다 '실효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우리나라처럼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없는 서구 국가에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신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두 가지를 가지면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강한 민사 제재를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언론까지 포함하는 건 언론 자유의 퇴보”라고 표현했다.

다만 서울신문은 “언론의 역할과 기능 위축에 대해서는 우려하지만, 공정·사실 보도라는 책무 차원에서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견해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정치적 견해·의견을 가짜뉴스로 처벌하는 데 반대하지만 5·18민주화운동처럼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처벌해야 한다(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권력감시 기능 약화가 우려되지만 충실하게 취재하지 않고 보도하는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도 함께 전했다.

한겨레 사설(언론도 포함된 징벌적 손배, 정교한 입법 필요하다)은 “가짜뉴스나 무책임한 보도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는 정교한 입법이 요구된다”며 “그럼에도 징벌적 손배제는 예상되는 문제들을 짚어가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과 포털이 사회적 책임감을 높이는 자율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징벌적 손배제라는 타율적 규제가 거론되는지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2월10일자 국민일보 8면 기사와 조선일보 사설(왼쪽부터)

“내로남불” “지지층눈치보기” 손가락질

동아일보(與내부서도 '징벌적 손배, 언론 포함' 이견…미디어TF, 지지층 반발 의식해 밀어붙여)는 민주당이 일부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무리한 입법을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당 미디어·언론상생특별위원회(TF)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는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진 이날 TF 회의에서 의원들은 언론과 포털을 포함시키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언론이나 포털에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막판에 기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일부 신문은 민주당에 '내로남불' 비판을 높였다. 국민일보(與, 언론 개혁 외치지만 여권발 가짜뉴스는 외면…비판 목소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본인과 재단의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봤다는 의혹을 제기해 진영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가 결국 1년 만에 '사실이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의혹을 제기할 땐 구체적 근거는 없었다. 대표적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배후설'을 주장하는 등 방송에서 수차례 음모론을 제기했다”며 “윤준병 의원도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이 '박근혜정부에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가 정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하자 '추론이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가짜뉴스 제조기 정권이 비판 언론 징벌하겠다는 적반하장)은 “문 대통령은 수사를 시작하지도 않은 사건을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몰아 억울한 사람을 자살하게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펼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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