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인터뷰-존 리>"개인 주식투자 이유는 '노후대비' 딱 한가지여야.. '빚투'는 위험"
■ 동학개미 열풍 이끈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식은 장기적으로 모으는 것
‘그 회사 일부를 갖는다’여기면
단기 등락에 흔들리지 않게 돼
개인의 공매도 참여는 위험해
비트코인·金·달러도 투기 종목
한국 자본시장의 문제는 규제
창의성 사라지고 산업도 죽어
탈북자, 수녀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통의 감사 편지를 받는 자산운용사 대표가 있다. 편지는 “자본주의와 주식투자에 눈을 뜨게 해줘서, 고아원에서 퇴소하는 아이들에게 종잣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다. 주식투자 전도사로서 동학개미 열풍을 이끌어온 존 리(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8일 만났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있는 리 대표의 사무실은 여느 CEO 사무실과는 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년 여성들의 토론 열기가 가득했다. 그런 가운데 리 대표의 자녀 경제교육 비법 전수가 한창이었다.
존 리 대표 집무실 앞에는 누구나 투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경제 서적이 빼곡히 꽂힌 책장과 널찍한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리 대표는 집무실 안 난로 위 주전자에서 데워지고 있는 보리차만큼이나 구수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풍겼다.
리 대표는 동학개미 열풍 1년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참여가 높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너무 빨리 부자가 되려고 하는 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진단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처럼 조바심을 내지 말고, 장기투자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투자 철학이다. 리 대표는 “주식은 가격을 맞히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며 “사자마자 언제 팔까 걱정하는 건 투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고꾸라졌을 당시에도 “공포에 남들이 팔 때 사라, 기업 가치는 어디 안 간다”며 개인투자자들을 독려했다.
리 대표는 지난 6년간 꾸준히 ‘돈이 일하게 하라’며 주식투자를 권장해 동학개미들의 수장으로 불린다. 그 덕분에 전봉준과 존 리를 합쳐 ‘존봉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리 대표는 동학개미들에게 “주식 투자 이유는 ‘노후 준비’ 딱 한 가지여야 한다”며 “그 회사가 돈을 벌어다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의 주가가 올라갈 것 같다고 사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의 일부를 갖고 싶을 때 사면 된다”며 “그러면 주가가 잠깐 빠지고 오르는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현대차, 기아차 주가가 애플과의 애플카 협력설이 일단락되면서 급락한 현상을 두고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살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 대표는 주식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적정가격을 찾아가는데, 그런 점에서 주식을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리 대표가 판단하는 주식을 파는 시기는 더 좋은 투자 대상이 있을 때다. 리 대표는 노후대비 방안으로 △주식을 하되 수익률을 보지 말 것 △월급의 10%씩 펀드에 투자할 것 △세금 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펀드나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할 것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에 대해서는 개인의 참여는 손실이 무한대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봤다. 리 대표는 “방향성을 맞추는 건 도박에 가깝다”며 “주식은 기다리면 다시 오를 수 있지만 공매도에 실패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버스, 곱버스 등이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개인의 비트코인, 금, 달러 투자도 ‘투기’라고 봤다.
리 대표는 “선물은 주로 기관들이 헤지용으로 하는 건데, 한국은 개인들의 비중이 세계 최대”라며 “선물, 옵션 등은 한 사람이 이익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면에서 제로섬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에 대해서는 “기관들의 싸움에 개인이 껴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단기 투자가 위험하다는 단적인 예시”라고 말했다.
미국 월가에서 일하던 리 대표는 2014년 한국에 돌아와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주식 투자를 위험하다고 꺼리는 풍토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단순히 주식뿐만이 아니라 ‘돈’ 얘기를 하면 경시하는 모습이 금융문맹국처럼 보였다고 했다. 리 대표는 “미국은 월급을 주식으로 주기도 하고, 미국 401K 퇴직연금은 40~50%를 주식에 투자한다”며 “한국은 주식 비중이 2.7%로 전 세계 꼴찌 수준인데, 이게 문제라는 걸 모르는 게 금융문맹국”이라고 지적했다. 리 대표는 미국과 한국 자본시장의 가장 다른 점으로 ‘규제’를 대하는 관점을 꼽았다. 리 대표는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로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되지만 한국은 하라는 것만 해야 된다”며 “창의적인 사고가 사라지고 산업 전반이 죽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리 대표는 복리효과만 누려도 된다고 간명하게 답했다. 복리 효과는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복리는 언덕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 끝에 가서는 큰 눈덩이가 된다”고 말한 것과 같은 원리다. 리 대표는 “기업은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에 이익이 10%, 20%씩 꾸준히 늘어나는데 그게 복리”라며 “복리의 마법을 경험하게 되면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리 대표가 예시를 든 삼성전자의 경우 20년 전 2001년 2월 9일 주가는 4070원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이달 8일 기준 수익률은 1939%에 달한다. 20~30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여행 세 번 갈 것을 한 번으로 줄이고 재산의 70~80%를 주식에 투자하는 식으로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부자처럼 보이려고 하지 말고 진짜 부자가 되라는 직언이다. 리 대표는 “월급의 몇 배가 되는 명품가방을 샀을 때 즐거우면 그 사람에겐 가난한 DNA가 있는 것”이라며 “참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즐거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젊은 사람은 집을 사서 돈을 깔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일하는 주식이 부동산 자산보다 빨리 오른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가계 자산의 80%가량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현실을 얘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리 대표는 “자본시장은 사람으로 얘기하면 ‘피’”라며 “자본시장이 활발해야 피가 도는 건데 한국은 돈이 일하지 않고 돈맥경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닛케이225지수는 1989년 12월 29일 38915.87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장기 하락세로 돌아서 약 20년 만인 2009년 3월 10일 7054.98까지 떨어졌다. 그는 “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돈이 많이 들어와 자본시장에 돈이 흐르면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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